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가 2009년 회사의 정리해고에 반대해 옥쇄파업을 벌인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에 대한 손해배상 채권을 집행하지 않기로 했다. ‘노란봉투법’의 유래가 된 손배소 사건이 노동자들의 오랜 투쟁 끝에 16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KG모빌리티는 지난달 29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금속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채권 미집행 안건을 통과시키고, 30일 이런 내용이 담긴 부집행확약서를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에게 전달했다. 황기영 대표는 확약서에서 “KG모빌리티 주식회사는 금속노조를 상대방으로 한 대법원 2025다20손해배상 사건과 관련된 손해배상채권을 집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2009년 5월 회사가 정리해고를 단행하자 이에 반발하며 공장을 점거하고 옥쇄파업을 벌였다. 쌍용차는 파업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노조와 조합원을 상대로 15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이후 회사는 2016년 1월 조합원 개인에 대한 소송은 취하했지만, 노조에 대한 100억원 손배소는 유지했다. 지난 5월 대법원은 20억922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노조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지연손해금 약 18억원을 합쳐 38억8300만원가량에 달했다. 그 사이 쌍용차 해고자들과 가족 수십명이 고통에 시달리며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돌연사했다.
이 사건은 지난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일명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제정의 발단이 됐다. 노동계의 숙원이었던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쟁의행위 대상을 확대하고, 기업이 노동쟁의를 이유로 노조나 노동자에게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금액을 청구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원이 2014년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47억원 손해배상 판결을 하자, 한 시민이 쌍용차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4만7000원을 넣은 노란 봉투를 한 언론사에 전달한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KG모빌리티가 전날 손배 청구를 철회하면서 노동자들은 16년에 걸친 긴 투쟁을 비로소 끝내게 됐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KG모빌리티노조는 지속적으로 회사와 손배소 해결을 위한 논의를 이어왔고, 노사 합의를 통해 마침내 문제가 종결됐다. 금속노조는 1일 성명을 내고 “오롯이 교섭으로 관철해 낸 결과”라며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한화오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등 손배 문제도 교섭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했다.
노동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잡고)는 “노사교섭으로 매듭지은 16년 쌍용차 손배소송, 노사 교섭결과를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고, “쌍용차 손배 사건은 소송과정 자체로 노란봉투법 개정을 이끌어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한국노총은 “KG모빌리티의 대승적 결정을 환영하며, 남은 사업장에서도 이와 같은 결정이 이어지기를 희망한다”며 “개정 노조법의 온전한 현장 안착으로 이어져야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번 합의는 단순히 한 사업장의 손배 문제 해결이 아니라 ‘손배 보복의 시대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분명한 이정표”라며 “쌍용자동차 손배 철회를 노동자 투쟁과 사회적 연대가 만들어낸 역사적 성과인 동시에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