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처리 장기화로 인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산재급여 선보장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종란 반올림 활동가는 국회예산정책처와 고용노동부, 더불어민주당이 22일 개최한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신속성·공정성 제고를 위한 정책 방안’ 토론회에서 “치료비와 생계비가 절박할 때 산재노동자에게 신속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법정 재해조사 기간을 정하고, 그 기간 내 조사가 끝나지 않으면 우선보장해 지연책임을 국가가 지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태훈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도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선 상병수당 제도를 통해 산재 승인 전 근로자의 소득을 보전하지만 한국은 제도가 부재해 소득 보전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산재 승인이 지연될 경우 소득보전을 위한 상병수당 수준의 급여를 우선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현재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기간 단축을 추진 중이다. 앞서 노동부는 그동안 평균 7개월 이상 걸렸던 업무상 질병의 평균 산재 처리 기간을 4개월 수준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된 상태다.
산재 급여를 선지급할 경우 산재 미승인시 보험금 환수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안 분석관은 “선보장 후 환수를 하게 되면 무이자 대출과 비슷해진다. 단순히 보조금 부정수급과 유사한 관점으로 환수에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노동부는 사전에 명확한 환수 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다.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산재 처리 지연에 대한 국가의 지연책임 배상으로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산재 불승인시 산재급여를 환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권동희 노무사도 발제문 소고를 통해 “명확한 환수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상병수당의 개념이나 선보장 급여의 도입 취지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피해자의 산재 입증 책임과 높은 문턱의 인정 기준 문제도 지적했다. 이 활동가는 “기업의 영업비밀 주장에 막히고, 정보접근권도 없고 의학적 지식도 없는 노동자가 어떻게 질병과 업무와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냐”면서 “피해자의 질병이 개인질환이라는 명백한 입증을 하지 못하면 산재로 폭넓게 인정해 삶의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혁진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국장은 업무관련성 특별진찰 개선, 역학조사 개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절차 합리적 운영, 상당인과관계를 규범적 관점에서 판단 명문화 등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업무상 질병과 유해 물질 간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연구·조사자료가 충분하여 업무관련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 역학조사 필요성 자문과 역학조사 생략을 추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