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상캐스터였던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가 오는 15일 딸의 1주기를 앞두고 방송업계의 비정규직 프리랜서 문제 해결 등을 촉구하며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오씨의 어머니 장연미씨는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앞에서 ‘추모주간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않으려고 힘겹지만 견디고 있다”며 “불쌍하게 죽은 내 새끼의 뜻을 받아 단식을 시작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 ‘직장갑질119’ 등 시민단체 42곳이 함께했다. 이들은 MBC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고인의 명예회복과 예우, 비정규직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 MBC 자체 진상조사 결과 공개 등을 요구했다.
장씨는 “오요안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방송 미디어 산업의 많은 청년이 고통받고 있었다”며 “1주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고, MBC에서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해달라”고 했다.
유가족은 지난 7월과 8월 MBC 측과 두 차례 만나 대국민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입장 표명,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MBC 내 비정규직 프리랜서 전수조사 등을 요구했다. 장씨는 “MBC는 요안나가 죽은 후 부고조차 내지 않으며 모른 척했고, 자체적으로 진행한 진상조사위원회 결과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은진 MBC 차별없는노조 위원장은 “오씨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작가, 계약직 PD,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들이 일을 하기 위해 상부의 갑질을 묵묵히 견뎌야 했다”며 “MBC가 이대로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한다면 제2의 오요안나는 제가 될 수도, 그 누군가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오요안나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빚어낸 필연적 결과”라며 “MBC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단순히 가해자 징계를 넘어 내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씨는 지난해 9월15일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씨의 1주기인 오는 15일에는 MBC 앞에서 추모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