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을 환자의 보호자로 등록하기를 거부한 경남의 한 병원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행위로 판단하고 ‘청각장애인 응대 지침을 만들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4일 “지난달 6일 경남 A병원의 병원장에게 청각장애인 환자, 보호자 응대에 관한 지침을 마련해 직원들에게 교육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청각장애인 B씨는 오전 3시쯤 아내와 함께 A병원 응급실에 갔다. 병원 원무과 직원은 “의사소통이 가능한 보호자가 있어야 입원할 수 있다”며 B씨의 보호자 등록 요청을 거부했다. A병원 측은 한 시간쯤 뒤 B씨의 딸을 병원으로 불러 보호자로 등록하도록 했다.
B씨는 “병원이 청각장애인을 차별한 것”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A병원 측은 “필담으로 소통했으나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진정인의 딸에게 연락하겠다고 알린 뒤 전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A병원이 B씨의 청각 장애를 이유로 가족에 대한 병간호 과정을 함께 할 수 없도록 생활상의 배제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B씨가 아내의 배우자 자격으로 병원에 갔지만 보호자로서 병동 생활에 함께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른 새벽에 딸을 병원에 오게 해 보호자로 등록시켜야 할 특수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봤다.
인권위는 ‘필담’으로 즉각적 의사소통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불편함이 있다고 해서 진정인의 의사소통 능력을 완전히 부인하면 안 된다고 봤다.
인권위는 “진정인을 보호자로 등록하는 것을 제한한 A병원의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정당한 사유 없는 제한에 해당하는 차별”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