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만 탈출 허용…국적 따라 생사 갈리는 잔인한 전쟁

최서은 기자
입력
수정 2025.05.16. 오전 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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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 국경 통과 명단 600명 추가…한국인 5명 포함
국적 다른 신혼부부 ‘눈물의 작별’ SNS에 올라와
라파 국경을 통해 이집트로 건너가기 위해 사람들이 1일(현지시간)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국적은 생사를 가른다. 연일 이어지는 거센 공습과 봉쇄로 약 3주 만에 8000여명이 사망한 최악의 전쟁 상황에서도 출신에 따라 ‘희망’과 ‘좌절’이 나뉘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국경 당국은 이날 라파 국경을 통과할 수 있는 명단 600명을 추가로 공개했다. 전날 전쟁 25일 만에 라파 검문소가 개방되면서 약 400여명이 이곳을 탈출한 데 이어 추가로 600여명에게 피란길이 열린 것이다.

이번 명단에는 미국인 400여명을 비롯해 한국, 멕시코, 헝가리, 이탈리아, 스위스, 스리랑카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포함됐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한국 국적 소유자 5명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도 가자지구 탈출이 허용된 것은 이중국적자를 비롯한 외국인뿐이었다. 전날 약 80여명의 팔레스타인 중상자가 치료를 위해 이집트로 넘어가는 것이 허용됐지만, 이들은 치료를 받은 뒤 다시 ‘전쟁통’인 가자지구로 되돌려 보내진다.

각국 외무부는 가자지구에 있던 자국민들이 라파 국경을 통해 가자지구를 떠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 외무부는 “20여명의 호주인들이 가자지구를 떠났다”면서 “호주 시민 및 영주권자가 무료로 호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 역시 “가자지구를 떠나고 싶어하는 영국 국민의 명단을 이집트 및 이스라엘 당국과 합의했다”며 이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의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불리는 가자지구에 전쟁까지 번지면서 공습과 봉쇄의 이중고 속에서 꼼짝없이 갇혀 있던 민간인들 중 일부가 이번 라파 국경 개방으로 전쟁 발발 약 한 달 만에 다행히도 가자지구를 빠져나가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최악의 인명 피해와 인도주의적 위기가 겹친 상황에서에도 이중국적자가 아닌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이번에도 탈출이 허용되지 않았다. 이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 속에서 그저 ‘독 안에 든 쥐’처럼 날아오는 미사일과 로켓을 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는 라파 국경의 건널목에서 눈물겨운 작별 인사를 하는 신혼부부의 모습이 올라왔다. 요르단 출신인 아내는 이집트로 건너갈 수 있지만, 팔레스타인인 남편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남편은 아내라도 무사히 안전하게 건너갈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그는 말했다. “나의 유일한 죄는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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