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는 유동성에 자구책⋯새 주인 찾기 시급22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보이는 매대를 자체 브랜드(PB) '심플러스' 두유와 커피가 차지하고 있다. 오는 29일까지 진행하는 행사인 'AI 물가안정 프로젝트' 현수막 아래에 놓인 상품 가운데 절반 가량이 심플러스 과자, 음료, 식용류 등이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먹거리, 생필품 코너도 상황은 비슷하다. 견과류 코너는 절반 이상 PB 상품이 점령했고, 우유 코너에도 단일 품목 기준 심플러스 상품이 월등히 많다. PB 상품 옆에는 '가격인하', '추천상품' '추가 증정' 등 행사 문구도 눈에 띈다. 생활용품 코너로 들어가는 중앙 통로에 설치된 매대는 배게, 수건, 캠핑용품 등 전부 PB로 채워졌다.
홈플러스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자금난이 악화하면서 매장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 매장 곳곳에서 PB 상품 비중이 늘어나면서다. 일부 납품업체의 물량 축소분을 메꾸고, 가격이 저렴한 상품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붙잡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런 모습이 홈플러스의 자금난을 보여주는 민낯이라고 평가한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에서도 전용 매대를 만드는 등 PB 상품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비중에서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PB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지만, 다양한 상품을 고르는 대형마트에서 선택권이 줄어든다는 측면에서는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평가다.
당초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면서도 매장 정상 영업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초반 대기업들의 납품 중단 사례가 이어졌고, 여전히 유동성 위기를 의식한 일부 업체들은 물량을 줄이는 등 상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빈 매대를 PB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홈플러스는 긴급 생존경영 체제 돌입하며 "일부 대형 납품업체가 정산 주기를 단축하거나 거래 한도를 축소하고, 선지급과 신규 보증금 예치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면서 현금 흐름이 악화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유동성이 빠르게 마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홈플러스 사태를 짚은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운영자금 사정을 고려할 때 홈플러스의 파산 가능성이 크다"며 "홈플러스의 운영자금이 10억원 내외"라고 직격했다. 단 이는 추석연휴 매출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최근 마트 점포의 전기요금을 체납하며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단전을 피하기 위해 1개월 치를 먼저 납부했지만, 큰 변화 없이는 벼랑 끝에 놓인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홈플러스가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 현재 매각 공고를 내고 오는 31일까지 잠재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인수의향서를 접수받고 있다. 접수된 기업을 대상으로 내달 3~21일 예비실사를 거치고, 26일 입찰서를 받는 일정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으로 당초 일정에 따라 입찰방식이 공개입찰로 전환됐지만, 스토킹호스 방식에서 진행해오던 잠재적 인수자와의 협의는 계속 진행 중에 있다"며 "현 상황에서 인가 전 인수합병(M&A)의 성공만이 홈플러스가 회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유력한 방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