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담·소비자 가격 전가 우려"⋯실효성·형평성 논란도정부와 정치권이 당류가 포함된 음료에 국민건강부담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설탕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건강증진을 명분으로 한 규제 확대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음료업계는 음료를 담배처럼 규제 대상으로 취급하려는 발상이라며 긴장하고 있다. 기업 부담이 커질 경우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따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당과 정부 일각에서는 담배에만 적용되던 건강부담금 제도를 설탕이 첨가된 음료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건강증진부담금은 담배에만 부과되지만 당류 과다 섭취가 비만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억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설탕세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음료업계는 이러한 논의를 지나친 규제로 보고 있다. 업계는 음료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품목으로 분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부담금이 기업에 먼저 전가될 경우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반면 정부와 학계 일각에서는 설탕세를 국민 건강 증진과 사회적 비용 절감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는 당류가 포함된 음료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며, 서울대학교 건강문화사업단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국민 58.9%가 설탕세 도입에 찬성했다. 특히 청량음료에 당류 경고문을 부착하는 방안에는 응답자의 80% 이상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설탕세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비만세' 개념이 제시된 이후 2021년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가당 음료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통과에는 실패했다. 당시에도 소비자 부담 증가와 산업 위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여러 국가가 설탕세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2018년부터 100mL당 5g 이상의 당이 들어간 음료에 '청량음료 산업세'를 부과한 뒤 제조사들이 자체적으로 당 함량을 낮추는 변화를 보였다. 멕시코는 2014년 1리터당 1페소의 세금을 부과해 고당류 음료 소비를 줄였고, 칠레는 당 함량에 따라 세율을 차등 적용해 유사한 효과를 거뒀다. 미국의 일부 도시에서도 '소다세'(Soda Tax)가 시행되며 일정한 소비 억제 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음료 가격 인상은 저소득층의 부담을 키울 수 있고 매출 감소나 고용 축소 등 산업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덴마크는 2011년 고열량 식품에 비만세를 도입했지만 소비자들이 인접국으로 구매를 옮기며 반발 여론이 커지자 1년 만에 제도를 폐지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시행 초기 소비가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다시 반등한 사례도 있었다.
결국 논의의 핵심은 도입 여부보다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금이 아닌 부담금 형태로 추진할지, 부과 기준을 당 함량으로 정할지, 또 걷힌 재원을 건강증진사업 등에 활용할지 등 구체적인 설계에 따라 정책의 수용성과 실효성이 달라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설탕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음료를 담배와 같은 규제 대상으로 다루는 것은 지나치다"며 "기업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제도 설계 단계에서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