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끼는 주관적 현상, 이른바 '시간 순삭'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제시됐다. 이는 노년층의 뇌가 새로운 활동 상태로 전환되는 빈도가 젊은층보다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버밍엄대학교 인간 뇌 건강센터의 셀마 러그트마이어(Selma Rudtmeier) 연구원이 참여한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발표했다고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가 보도했다.
연구팀은 18세부터 88세까지 총 577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장기 뇌 노화 연구 프로젝트 '케임브리지 노화 및 신경과학센터'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특히 참가자들은 1961년작 TV 시리즈 '알프레드 히치콕 프레젠츠(Alfred Hitchcock Presents)'의 약 8분짜리 영상을 시청하는 동안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촬영을 진행했다. 이 영상은 뇌 활동 동기화 수준이 높아 뇌가 사건의 흐름을 구분하고 추적하는 방식을 연구하기에 적합하다고 알려졌다. 연구팀은 GSBS 기법을 사용해 뇌 활동의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나이가 많을수록 뇌가 새로운 활동 상태로 전환되는 빈도가 낮게 나타났다. 즉, 하나의 신경 상태가 젊은층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유지되는 경향이 모든 연령대에서 일관되게 관찰됐다.
연구진은 “동일한 시간 동안 신경 상태가 더 오래 유지되는 현상이 노년층이 시간을 더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끼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정 기간 동안 경험하거나 인식하는 사건이 적을수록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는 고대 '시간 인식 이론'과도 궤를 같이 한다.
라이브사이언스는 이번 연구가 노년층의 뇌가 같은 시간 동안 기록하는 사건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끼는 '시간 착시' 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