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반도체 공정의 초정밀 제조 경쟁력 확보를 위해 25년 만에 계량제도를 전면 손질한다. 산업계량 인프라를 법적으로 강화하고, 상거래용 저울 검사의 민간 참여를 허용하는 등 법정계량 관리방식을 대폭 유연화해 첨단 공정의 신뢰성을 높인다는 목표다.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은 22일 서울 서초구 한국계량측정협회에서 '계량법 개정안' 1차 공청회를 열고 '산업계량 법제화' '법정계량기 적합성평가 체계 다층화' '지자체·민간 검사역량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개편방향을 공개했다.
정부는 2000년 이후 유지된 단일 계량체계로는 초미세 단위 정밀성이 요구되는 반도체·AI 제조공정 환경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미세 공정에서 측정오차는 곧 수율, 품질, 생산성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산업계량 법적 기반 신설 △법정계량기 적합성평가 3유형 전환 △저울 정기검사 민간 개방이 핵심이다. 산업계량을 법에 명시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공정의 측정 신뢰성을 제고하고, 법정계량기는 위험도·사용 환경에 따라 '형식승인+검정형', '형식승인형', '검정형'으로 나눠 관리 사각지대를 없앤다. 이를 통해 병원용 체중기, CO₂ 측정기, 조리용 온도계, 주차장 시간측정기 등 생활 계측기까지 단계적 편입이 가능해진다. 또 상거래 저울 검사는 민간 전문기관이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지자체 대신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 현재 지자체의 1인 담당 구조가 신뢰성 논란을 키웠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김대자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첨단 제조산업 발전에 대응하고 생활 속 계량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전면 개편”이라며 “산업 경쟁력과 소비자 권익을 동시에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2차 공청회는 오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다. 국표원은 두 차례 공청회 의견을 반영해 11월 중 개정안을 확정하고 내년 중 법률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