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 협상에서 '3500억달러 선불(up front) 투자'를 요구한 미국이 한발 물러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이 한국의 현실적인 부담을 이해하고 있으며, 협상 국면이 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IMF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 외환시장 안정과 양국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며 “미국도 한국 외환시장 안정이 자국에도 이익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베선트 장관이 한국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 방안을 고민하고 있고, 우리와의 소통 의지도 강하다”며 “통상 협상 전반에 긍정적인 흐름이 감지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이 제시한 '3500억달러 선불 요구'에 대해서는 완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부총리는 “미국이 선불을 요구했을 때, 한국이 그것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베선트 장관이 잘 이해하고 있다”며 “그가 내부적으로 상무장관인 하워드 러트닉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측의 요구 철회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그 부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있으니 우리로선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런 흐름이 유의미한 진전이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본다”고 했다.
그는 “7월 이후 러트닉 장관을 직접 만나지 않았지만, 현재 협상 창구는 베선트 장관”이라며 “미국 내부에서 한국 입장에 대한 공감이 커지고 있다. 좋은 신호로 본다”고 거듭 긍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통화스와프에 대해서는 “협상 결과에 따라 외환시장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검토할 것”이라며 “통화스와프는 그중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구 부총리는 이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백악관 예산관리국(OMB)과 진행한 면담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OMB가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인 'MASGA(Make America's Shipbuilding Great Again)'와 관련해 논의하려는 것으로 안다”며 “나는 다른 회의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현재 워싱턴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