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이어진 일본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 동맹이 결국 붕괴했다.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자민당 총재 등장과 정치자금 규제 강화 문제가 결별의 기폭제가 됐다.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10일 오후 다카이치 총재와 약 1시간 30분 동안 회동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자금 문제는 공명당의 최우선 과제”라며 “자민당과의 연립은 일단 백지화하고, 지금까지의 관계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선언했다.
사이토 대표는 자민당이 자신들의 요구에 명확하고 구체적인 협조를 하지 않아 개혁이 불가능하다면 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재를 지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FP 통신 역시 공명당이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하기로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다카이치 총재의 집권 가능성이 불확실해졌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여소야대 구도가 굳어지면 자민당이 최대 정당이라 해도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해지며, 곧 치러질 총리 지명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재의 당선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명당은 이번 총리 지명선거에서 자당 대표를 지지할 방침이다.
표면적인 갈등의 핵심은 정치자금 문제였다. 자민당이 수 차례 정치자금 스캔들에 휘말리자, 중도 보수 성향의 공명당은 이로 인해 자신들까지 피해를 봤다고 판단했다. 공명당은 기업과 단체의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정치단체를 당 대표 지부 등으로 대폭 제한하는 규제 강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자민당은 공명당의 개혁안을 수용할 경우 지방 의원 지부 8000여개가 기부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기에 '여자 아베'로 불릴 만큼 강경 보수 성향인 다카이치 총재의 등장 자체가 연정 붕괴로 이어진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당 집권기를 제외하고 사반세기 동안 이어져 온 '자공 연립'의 붕괴는 다카이치 총재를 내각 출범 전부터 위기에 빠뜨렸으며, 이번 사태가 일본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현재 중의원 465석 가운데 자민당은 196석, 공명당은 24석을 보유하고 있다. 총리 지명 선거는 중의원 결과를 우선하는 만큼, 다카이치 총재는 새 연정 구성을 위해 국민민주당이나 일본유신회 등 다른 야당에 손을 내밀 것으로 예상되지만, 합류 여부는 불투명하다.
공명당의 조직표는 지역구당 약 2만표 규모로, 그동안 자민당의 우경화를 견제하는 한편 접전 지역에서는 자민당 후보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요미우리신문은 연정 협의 난항으로 총리 지명선거가 열릴 임시국회가 이달 20일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