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와 프랑스의 정치적 불안정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및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장중 한때 온스당 4000.96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40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전날(7일)에는 세계표준시(UTC) 기준 3974.09달러를 기록했으며 12월 인도분 미국 금 선물 가격 역시 4020달러로 마감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50% 이상 상승하며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값 폭등의 주요 원인으로는 미국 정국 불안이 꼽힌다. 미 정부 셧다운이 2주째 이어지며 핵심 경제지표 발표가 지연되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투자자들은 단기적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금과 같은 안전 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금리 인하 기대감은 달러화 약세를 동반하고, 이는 달러로 거래되는 금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프랑스 정국의 불안과 일본 차기 총리로 극우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가 사실상 확정된 점 등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위험 회피 심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변화가 촉발한 '탈달러' 흐름과 각국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금 매수세 역시 금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 그룹은 최근 내년 12월 금 가격 전망치를 기존의 4300달러에서 4900달러로 크게 상향 조정하며 랠리 지속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른 만큼 단기 이익 실현에 따른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신중론도 함께 나오고 있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립자 레이 달리오는 “금은 달러보다 확실히 안전자산에 가깝다”며 “이번 사상 최고 행진은 1970년대 고물가·경기 불안정기를 연상시킨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