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더 단단해진 이재용·머스크 ‘AI동맹’… 삼성, 테슬라 AI칩 더 만든다

이상현 기자
입력
수정 2025.10.23. 오후 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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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콘콜서 “AI6 이어 AI5 칩 생산도”
7월 22.7조원 계약에 추가 매출 기대
이재용 ‘시스템 2030’ 탄력 붙을 듯
APEC 젠슨 황 만남서 ‘깜짝발표’ 주목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에 자체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AI6’에 이어 ‘AI5’ 칩 생산도 맡길 예정이라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자체 반도체 생산공장이 없는 테슬라는 설계만 직접 하고 생산은 외주에 맡기고 있다. 이는 대만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삼성과의 협력을 더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3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반도체 칩 생산을 위한 삼성전자와의 계약에 관한 질문을 받고 “삼성전자와 TSMC 모두 AI5 작업을 할 것”(both Samsung and TSMC will work on AI5)이라고 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 제공


삼성전자는 그동안 테슬라의 AI4 세대 칩을 생산했으며, AI5 세대는 TSMC로 전환한 뒤, AI6 세대부터 다시 삼성전자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일환으로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테슬라와 22조7648억원 규모의 AI칩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 1위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71%를 기록, 전년 동기(65%) 대비 6% 포인트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2위이지만, 점유율은 8%에 불과하다.

AI4·AI5·AI6는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용 AI 칩으로, 이들은 차량에 탑재돼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 기능을 하는데 사용된다.



머스크는 지난 7월 27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삼성전자와의 대규모 파운드리 계약 사실을 공개하면서 “삼성의 텍사스 대형 신공장은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하게 될 것이다. 이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와 테슬라의 공급 계약 규모는 총 22조7648억원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단일 고객 기준 최대급이다. 이번에 추가로 삼성전자가 맡게 되는 AI5가 TSMC가 N3AE(3나노) 공정으로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도 유사한 공정을 적용해 첨단 시설을 갖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양산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은 내년 가동 예정이다. AI4는 현재 삼성 파운드리 평택공장에서 양산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AI6는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첨단 공정을 활용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추가 물량에 대한 수주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를 통해 그간 부진하던 삼성의 비메모리 사업에도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머스크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친분이 이번 결정에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과 머스크 CEO는 지난 2023년부터 친분을 맺어왔으며, 이후 수시로 화상통화를 하는 등 사업 협력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에서 영업이익은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사업이 회복세를 보이며 1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파운드리 사업 역시 적자폭을 줄여가고 있지만 여전히 조단위 적자가 이어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AI5 생산 비중을 TSMC와 얼마나 나눌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이르면 최소 내년부터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파운드리 실적에 반영되지 않더라도 향후 파운드리 실적 개선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제 이달 말 경주에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에 있을 이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간의 만남에 주목하고 있다. 두 회사는 AI 비전을 공유하기로 밝힌 만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해 추가 협업도 기대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대한 HBM3E 12단 제품의 납품이 초읽기에 들어간데다 HBM4 공급 절차 역시 순조롭게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와 같은 기업과의 협업이 지속되면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삼성전자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향후 엔비디아 HBM4 공급망 재편의 최대 수혜가 기대된다”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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