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잇단 수요 억제를 쏟아내는 집값 대책뿐 아니라 정권 실세들의 '내로남불'과 '막말'로 공분을 사는 것도 쏙 빼닮았다.
당정 고위 관계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시인이 아닌 궤변으로 대응하고, 대책 비판에 대해선 거침없는 막말로 내 집 마련의 길이 좁아진 무주택 실수요자의 염장을 지르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정부의 10·15 대책을 두둔하며 "수억, 수십억원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불법 투기 행위를 철저히 막고 빚 없이도 집을 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들겠다"며 "일각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주거 사다리를 걷어찼다고 비난하지만 투기 수요를 막은 것이지 실수요자 문을 닫은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가 송파구에 30억원대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한 것으로 밝혀지며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대중의 공분을 샀다.
국회 공보로 지난 3월 공개된 2025년 국회의원 재산 신고 내역에 따르면, 그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 45평형을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소유하고 있다. 장미아파트는 1971년 준공된 14층, 33개동, 3402가구의 대단지로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최고 49층, 4800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한강변을 끼고 있어 재건축 대어로 꼽힌다.
이 아파트는 8억원에 전세를 준 상태고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동작구 대방동 대방2차 e-편한세상에서 전세(보증금 11억원)로 거주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설립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를 막는 내용을 포함한 10·15 대책에 대해 투기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실수요자'를 운운했지만 정작 본인은 알짜배기 재건축 아파트는 세놓고 전세살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갭투자가 아니라고 했지만, 이재명 정부는 전세 끼고 사둔 아파트를 갭투자로 규정해 관련 대출 규제까지 내놓은 터였다.
김 원내대표는 또 투기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알뜰살뜰 모아 샀다"고 해명했지만, 월급을 모아 알뜰살뜰로 30억원을 모으기도 불가능하거니와, '그만한 집을 사지 못한 이들은 그럼 흥청망청 산 것이냐'는 대중의 비난을 샀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의 막말도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주거 사다리가 걷어차인 대중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그는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집값이 안정되면 집을 사면 된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이 차관은 "기회는 돌아오니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 없지 않나"라고 했다. 다만 그는 "주택 가격이 낮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서 오래 저축했던 자금과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려고 했던 실수요자들이 있는데 이들 입장에서 타격이 있다"고 인정하며 양해를 부탁했다.
하지만 이 차관 역시 집값 급등으로 규제지역으로 묶인 곳에서 최근까지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달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보에 게시한 재산공개 목록을 보면, 이 차관은 배우자 명의로 성남시 분당구 '판교푸르지오그랑블'(44평형)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 6월엔 40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차관은 이 정부 출범 후 급하게 경기 성남시 수정구의 '판교밸리호반써밋' 아파트(33평형)를 팔아 다주택자 꼬리표를 뗀 것으로도 알려졌다.
'똘똘한 한 채'를 부정적으로 보는 정부 기조와는 다르게 갭투자를 활용해 '알짜배기 한 채'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집값 상승과 관련해 "(자신이) 강남 살아보니 굳이 모두 강남에 살 필요는 없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그가 거주하던 잠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는 2018년 당시 공시지가만 20억원으로, 실거래가는 30억원대 수준에 달했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사는 집이 아니면 파시라"며 다주택자들을 압박했지만, 정작 본인이 다주택자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수요자들에겐 갭투자와 갈아타기, 주거 선호지 진입에 필요한 대출까지 다 막아놓은 상황에서 정작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정권 실세들은 좋은 지역의 비싼 집에 살며 주거사다리를 차버렸으니 시장에선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본인들은 규제지역에 있는 수십억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으면서 일반 국민은 사지 못하게 하고 살 필요가 없다고 말을 하니 반발심이 드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며 "겉으로는 투기 세력을 잡는 정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피해를 보는 건 힘없는 서민들이나 세입자들이 될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