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집값 폭등의 배후에 다주택자들이 있다고 보고, 다주택자를 정조준하는 데 규제의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규제 대상엔 다주택자뿐 아니라 주거 선호지역의 주택을 거래하는 무주택 실수요까지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는 당시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규정했다. 최장수 국토교통부 장관이었던 김현미 전 장관은 "사는 집이 아니면 파시라"고 강조하며 다주택자를 부동산 규제의 핵심 대상으로 명확히 했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를 겨냥한 종합부동산세 중과, 취득·보유·양도세 강화, 대출 규제 등 다주택자를 향한 전방위 수단을 동원하며 28번의 대책을 쏟아냈지만 집값은 끝내 잡히지 않았고, 이는 정권 교체의 결말로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수요 억제를 통해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약속을 첫 집값 대책에서부터 깼다.
6·27 첫 대책부터 실수요자의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1주택자의 경우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도록 했고,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80%에서 70%로 축소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예고 기간 없이 즉시 6억원으로 제한했다.
그리고 석 달여 만에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 등을 모두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15억~2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최대 2억원으로 대출을 축소하며 대출을 사실상 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집값 폭등과 무관한 지역의 비강남권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길목까지 차단됐다. 투기나 집값 상승과 무관했던 실수요자들조차 집을 사려면 구청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은행 대출은 집을 사기엔 턱없는 수준으로 한도가 내려갔다. 전세를 끼거나 대출을 통한 주택 구매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의 집값 대책이 아쉬운 건 양질의 주택 공급이 빠진 것도 문제지만 정말 집을 사야 할 무주택·서민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길목을 완전히 차단했다는 데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대책들로 부동산 투기와 관련 없는 이들까지 불이익을 당할 거란 점을 알았다면 사악한 정부고, 몰랐다면 무능한 정부"라고 꼬집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는 규제 일변도의 실패한 부동산 대책을 경험하고도 실수요자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실책을 반복하고 있다"며 "정부가 기대한 만큼의 집값 안정을 이룰지 미지수이며, 현재의 정책이 이어질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상길 기자 sweats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