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인기가 핼러윈까지 접수했다. 해외 SNS에서는 ‘케데헌’의 호랑이 캐릭터 ‘더피’를 본뜬 잭오랜턴 호박 장식이 화제가 되고 있다. 호박은 언제부터 핼러윈의 대표 상징물이 됐을까. 먼저 핼러윈이라는 축제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아보자.
핼러윈의 기원은 기원전 5세기경 아일랜드, 영국, 북유럽에 살던 고대 켈트족의 사윈(Samhain) 축제에서 비롯되었다. 켈트족은 10월 31일을 여름의 끝이자 한 해의 마지막 날로, 11월 1일을 새해의 시작으로 여겼다.
켈트족은 이날 태양의 힘이 약해지고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흐려지며 죽은 자의 영혼이 땅으로 내려온다고 믿었다. 이들은 혼령에게 몸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난방을 끄고 몸을 차갑게 하며 귀신처럼 분장하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악령을 쫓았다. ‘핼러윈’(Halloween)이라는 단어는 만성절의 전야제인 All Hallows’ Eve가 변형된 말이다.
잭 오 랜턴의 기원은 아일랜드 전설 ‘인색한 잭(Jack)’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잭은 악마를 속였지만 결국 천국과 지옥 모두에서 거부당해, 불씨 하나를 들고 영원히 세상을 떠돌게 되었다. 사람들이 그를 본떠 순무에 불을 넣은 등불을 만들며 악령을 쫓고 길을 밝히는 상징으로 사용한 것이 잭 오 랜턴의 시작이다.
처음부터 호박이 핼러윈을 상징한 것은 아니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는 원래 순무를 파내 잭 오 랜턴을 만들었다. 하지만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들이 크고 달달한 호박을 발견하면서 순무 대신 호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호박은 ‘장식’이면서 동시에 ‘먹을 수 있는 풍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호박은 과채류 중에서 녹말 함량이 높아 오래전부터 구황식이나 대용식으로 활용됐다. 한국에서는 숙과와 청과 모두 애용했다.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무렵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상북도 칠곡에서는 섣달그믐날 호박죽을 끓여 먹는 풍습이 있으며, 액운을 막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강원도 인제에서는 설날이나 정월대보름에 호박고지탕을 먹으며 한 해의 건강을 기원했다. 물에 불려 놓은 마른 호박고지를 들꺠와 불린 멥쌀에 물을 붓고 빻아 양념장과 끓여내는 음식이다. 이처럼 호박은 한국에서도 다양하게 즐겨왔다.
호박은 동서양을 넘어 사람을 위로하는 기억을 품은 식재료였다. 유럽에서는 악령을 쫓는 등불이었다면 한국에서는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영양원이었다. 찬 바람 부는 가을이 시작됐다. 한 그릇의 따뜻한 호박죽으로 몸을 데워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