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확대 40%, 현행 유지 37%, 축소 11%
민주 39% vs 국힘 25% 진보 우위 지형에도
尹정부초 보수 우위 때보다 유지·확대론 확장
‘탈원전’ 文정부땐 원전 확대론 14%서 출발
국내원전 두고도 “안전” 64% “위험” 22%
8년 전까진 “원전 위험” 과반…첫 역전사례원자력발전 비중을 유지하거나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8할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8년 전 문재인 정부가 띄웠던 탈(脫)원전처럼 원전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은 국민 10명 중 1명 수준까지 줄었다.
17일 공표된 한국갤럽 10월3주차 자체 여론조사 결과(지난 14~16일·전국 성인 1001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P)·통신 3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전화면접(CATI)·응답률 12.1%·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국내 원자력발전 방향’에 관한 설문에서 원전 확대가 40%로 가장 많았다. 현재수준 유지는 37%로 비등했고 원전 축소가 11%에 그쳤다. ‘모름/응답거절’은 12%로 나타났다.
원전 비중을 적어도 유지하거나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도합 77%로 한국갤럽 인식조사 사상 가장 높아졌다. 이는 같은 설문에서 더불어민주당 39%, 국민의힘 25%, 조국혁신당·개혁신당 3% 동률로 진보진영에 유리한 지지정당 분포가 보인 가운데에서 나타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이던 2018년 6월4주차 한국갤럽 조사의 원전 인식 설문에선 원전 유지 40%, 축소 32%, 확대 14% 순이었다. 확대론이 7년여 만에 약 3배까지 늘었다. 민주당 52%,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10%, 정의당 9%, 바른미래당 5% 순이던 당대 정치지형에 비추면 잠재적인 친원전 여론이 더 높을 수도 있단 해석이 나온다.
2019년 1월5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의 인식 설문에선 원전 유지 37%, 축소 27%, 확대 24% 순으로 집계된 바 있다. 이때 정당지지도는 민주당 39%, 한국당 21%, 정의당 9%, 바른미래당 6% 순으로 보수의 절대 열위가 소폭 완화된 정치지형이었다.
문재인 정부 4년차인 2020년 6월2주차 설문에선 원전 유지 38%, 확대 26%, 축소 24% 순이었다. 당대 정당지지도는 민주당 42%, 미래통합당(한국당 후신) 18%, 정의당 8%, 열린민주당 5%, 국민의당(바른미래당 후신) 3% 순으로 총선 압승에 힘입은 진보 우위 구도였다. 그럼에도 원전 축소론이 하락세를 이어갔다고 볼 수 있다.
2021년 1월4주차 한국갤럽 설문에선 원전 유지 36%, 축소 29%, 확대 25% 순으로 순위가 다시 바뀌었다. 당시 정치지형은 민주당 34%, 국민의힘 20%, 국민의당·정의당 5% 동률, 열린민주당 3% 순이었다. 진보·보수 격차는 더 줄었지만 2020년 10월부터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사고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방침이 알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022년 6월5주차 한국갤럽 설문에선 원전 확대 39%, 유지 30%, 축소 18%로 지각변동이 일었다. 당시 정당지지율 국민의힘 40%, 민주당 28%, 정의당 6% 순으로 ‘보수 우위’로 반전되면서다. 탈원전을 적극 비판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3·9 대선 승리로 5월 정부를 출범시켰고, 국민의힘이 6월초 지방선거에서 낙승한 직후였다.
이번 조사의 경우 계엄·탄핵 사태 후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한 데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14%P차로 앞선 ‘진보 우위’로 반전됐다. 그러나 원전 확대론이 선두를 지키고, 유지 여론이 급반등(30→37%)하며 축소론이 급감(18→11%)했다. 태양광·풍력 확대, RE100(재생에너지 100%) 실현에 무게를 실은 정부 기조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한국갤럽은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인 2022년 6월과 비교하면 민주당 지지층, 성향 진보층 등에서 축소론이 줄고 그만큼 유지론이 늘었다”며 세부지표를 주목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말미암은 글로벌 에너지수급난 경험, 이후 인공지능(AI) 전력수요 급증, 차세대 원자력 기술 개발 등에 따른 국내외 인식 변화로 짐작된다”고 했다.
한편 국내 원전에 대한 ‘안전하다’는 평가가 ‘위험하다’를 처음으로, 크게 제쳤다. ‘우리나라 원전이 안전하다고 보는지, 위험하다고 보는지’ 설문 결과 ‘안전하다’가 64%(약간 36% + 매우 28%), ‘위험하다’는 22%(약간 18% + 매우 4%)로 집계됐다. 한국갤럽이 1991년 3월말 진행한 첫 인식 조사에선 위험 62%, 안전 23%로 원전에 반감이 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1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위험하다 54%, 안전하다 32%로 비슷한 경향이 유지됐다. 그해 10월3주차 설문에서도 위험하다 50%에 안전하다 36%로 격차는 줄었지만 위험 의견이 과반을 유지했다. 이후 8년 3개월여 만에, 같은 민주당계 이재명 정부 초기 조사임에도 원전 안전 신뢰 여론이 크게 제고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