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사례를 보면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올해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 적용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규제 지역에서는 집값 안정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규제를 피하려는 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집값 상승세만 확대됐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24일부터 10월 16일까지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를 중심으로 한 4개구 거래는 올해 3월 24일부터 10월 16일까지 4813건으로, 토허구역 확대 지정 전인 7248건 대비 34% 감소했다.
토허구역 확대 지정이 규제 지역의 거래 감소에는 영향을 미쳤으나 가격 하락은 막지 못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토허구역 재지정 시기인 올해 3월 대비 9월까지 아파트값 상승률은 송파구 10.49%, 서초구 8.06%, 강남구 7.75%, 용산구 6.63%로 21개구의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 3.57%보다 높다.
토허구역 규제로 억눌린 주택 수요가 인근 한강벨트 지역(마·용·성·광)으로 퍼지면서 이들 지역에서는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했다.
특히 광진구는 토허제 시행 전 611건에서 시행 후 1169건으로 558건(91%)으로 거래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마포구도 토허구역 시행 전보다 거래량이 82% 증가했다.
부동산 업계는 토허구역 규제가 집값 안정 효과는 내지 못하고 주택 실수요자만 옥죈다고 지적한다.
토허구역 규제는 집을 사려는 일반 실수요자에게 제약을 준다. 해당 지역에서 주택을 사려면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일정 기간 반드시 실거주해야 한다.
이 때문에 1주택자가 더 나은 환경으로 이사하거나 갈아타기를 하려 해도 거래가 막혀 주거 이동이 어려워진다. 세입자 역시 전·월세 계약이 불안정해져 주거 불안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토허구역 지정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주택 공급 확대 정책에도 걸림돌이 돼 오히려 집값 안정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시는 전날 발표된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자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031년까지 31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토허구역 지정으로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대출이 막히고 청약도 제한돼 사업 추진이 크게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는 원래 공공택지처럼 새로 개발되는 인근 지역의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장치인데, 이미 지어진 아파트를 규제 대상으로 삼을 때는 재건축·재개발 이슈가 있는 단지와 지역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사유재산권과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길 기자 sweats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