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생명 살리는 게 마지막 소원…아들, 이제 그 몸에서 살아 숨쉬렴”

이유진 기자
입력
수정 2025.10.23. 오후 4:16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34살 김문수씨, 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에 새 생명
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고 김문수(34)씨와 김씨의 어머니 이영화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길을 걷다가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30대 직장인이 세상을 떠나며 3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김문수(34)씨가 9월5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신장(양쪽)을 기증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8월30일 길을 걷다가 쓰러진 김씨를 행인이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김씨의 가족은 의료진으로부터 “의학적으로 어떠한 치료도 불가능하고, 곧 심장도 멈추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젊은 나이에 이대로 떠나보내기보다는 다른 생명을 살리고 그 몸에서 살아 숨쉬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고 김문수(34)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김씨의 어머니 이영화씨는 생전 김씨와의 대화를 전했다. 이씨는 “평소 가족에게 ‘내가 만약 죽게 된다면 남을 살리는 (장기) 기증을 하고 떠나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때, 다른 가족은 반대하기도 했지만 문수는 ‘생명을 살리는 일인데 좋은 것 같다’며 가장 먼저 호응해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기증은 문수의 마지막 소원이었다고 생각되어 그 소원을 이뤄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고 김문수(34)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부산광역시에서 1남1녀 가운데 첫째로 태어난 김씨는 착하고 바른 성품으로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다고 한다. 또 외향적인 성격으로 배드민턴, 수영 등 스포츠를 즐겨 했고 학창 시절에 전교 회장과 반장을 맡아서 했다고도 한다. 컴퓨터 개발자를 꿈꾸던 김씨는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해 차량용 음성 인공지능(AI) 회사에서 근무했다.

이씨는 “아들아. 너무 보고 싶고 그리운데 그곳이 더 좋아서 먼저 갔다고 생각할게. 단 한번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하늘나라에서 뭐든지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면 좋겠어. 잘 지내고.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