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10명 중 3명이 아이의 키를 키우기 위해 키 성장 보조제 등을 사용하지만 실제로 효과를 느끼는 경우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수면시간과 균형잡힌 식습관, 꾸준한 운동이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23일 대한소아내분비학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한국갤럽과 함께 학부모 20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바른 성장 및 건강한 생활습관 실천에 대한 사회적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자녀에게 키 성장 보조제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학부모가 전체 응답자의 28.0%에 달했다. 특히 또래보다 작은 키를 보이는 아이의 경우 키 성장 보조제 사용률이 39.6%로 전체 평균보다 11.6%포인트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러한 보조제의 효능감은 크지 않았다. 학회는 “키 성장 보조제의 실제 효과에 대해선 응답자의 75.7%가 ‘보통’ 또는 ‘효과가 없음’이라고 답해 기대만큼의 성과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성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는 ‘큰 키’를 선호하는 사회 전반의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남성은 평균 180.4cm, 여성은 평균 166.7cm까지 성장하길 바란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현재 한국 성인 평균 신장보다 각각 약 5cm 이상 큰 수치다.
하지만 실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수면·운동·식습관 등 생활습관은 열악했다. 우선 수면의 경우 중고등학생의 80% 이상이 ‘하루 8시간 미만을 잔다’고 응답했다. 성장에 중요한 시기인 초등학생도 36.3%가 ‘하루 8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한다’고 답했다. 이는 2016년 조사(35.2%)에 견줘 소폭 증가한 수치다. 게다가 미취학 아동도 4명 중 1명 꼴(26.3%)로 하루 수면 시간이 8시간에 미치치 못했다.
학회는 이같은 수면 부족이 학령기 이전부터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증가한 경향과 맞물려있다고 봤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자기기는 스마트폰이다. 특히 초등학생도 주중에는 43.5%가, 주말에는 66.5%가 하루 2시간 이상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조사(평균 20.4%)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미취학 자녀도 3명 중 1명 꼴(31.6%)로 주중 전자기기 사용 시간이 ‘1시간 이상 2시간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잠자기 직전까지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비율도 전체의 55.7%에 달했다. 학회는 “성장 초기 단계부터 전자기기에 과도하게 노출돼있다”라며 “주말에 전자기기 사용시간이 늘면서 야외활동과 운동 시간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선 운동 부족과 식습관 문제도 나타났다. 응답자 자녀의 절반 이상(55.3%)이 주 3회 미만 운동을 한다고 답했다. 특히 여고생의 42.4%가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처럼 신체 활동이 부족한 원인으로는 ‘아이가 너무 바빠서’라는 응답이 63.5%로 가장 많았다.
하루 세 끼 식사를 지키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약 20%였다. 특히 여고생의 40%는 하루 두 끼 이하로 식사했고, 4명 중 1명(25.4%)은 아침을 거른다고 답했다. 미취학 자녀의 약 7.3%도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성장의 기초가 결국 ‘숙면·운동·균형잡힌 식습관’에 있다고 강조했다. 황일태 대한소아내분비학회 회장은 “성장은 단기간의 주사나 보조제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성장호르몬이나 성장 보조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