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강버스 사고 나면 어쩌려고…38명 필요한 수상보안관 ‘6명뿐’

박현정 기자
입력
수정 2025.10.23. 오전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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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관제시스템 활용 무산되자
자체 관리체계 전문 검토없이 마련
가동인력 충원 덜된 채 운항 시작
선박 충돌 등 감시사각 발생 우려
한강버스 사진. 서울시 제공

하루 수천명을 태우고 서울 한강을 오가는 한강버스가 선박·수상오토바이 등과 충돌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한강수상보안관 인력이 정원 38명에 크게 못 미치는 6명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강에서는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선박 간 충돌을 비롯한 11건(인명 피해 5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수상 교통안전에 필요한 인력 확보 등 관리 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서울시는 한강버스 정식운항을 강행했다.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종합해 보면, 한강수상안전상황실에서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통해 선박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한강에 나가 순찰과 운항 통제, 안전장비 착용 점검, 무면허 운전 단속 등을 하는 한강수상보안관은 6명에 그쳤다. 매일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상황실 근무, 2~3명이 함께 현장 순찰·단속 등을 하기 위해 배정된 정원은 38명이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채용 지원이 적었고 애초 뽑은 12명 가운데 6명이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11월에 새로 채용한 9명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지만 정원 절반도 채우지 못한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가 지난 3월 작성한 ‘한강수상보안관 근무수칙 운영계획’을 보면 교대근무 유형에 따라 최소 필요 인력은 40명 혹은 44명으로 돼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4년 2월 한강버스 계획을 발표하며 “안전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선박 교통관제시설(VTS)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이 언급한 건 해양경찰청이 운영하는 해상교통관제 시스템으로 레이더·선박자동식별장치(위치·속력 등 항해 정보를 무선통신으로 자동 송수신) 등을 통해 선박과 선박, 선박과 육상 간 정보 교환을 하는 체계다. 그러나 현행 선박교통관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선박 내부 용적이 300톤 미만인 한강버스(199인승)는 해상교통관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앞서 시는 한강버스가 도입되면 하루 약 5500~6천명(12척 운항 기준)을 실어 나를 것으로 예측했다.

해상교통관제 활용이 무산되자 서울시는 올해 5월부터 한강 교량 13개소와 둔치 6곳에 폐회로텔레비전 172대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위험 정보를 수집하는 상황실 2곳(뚝섬·여의도) 구축, 한강버스가 오가는 마곡~잠실 항로 주변 통제, 현장 순찰 등을 뼈대로 한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런 체계를 담당하는 인력인 한강수상보안관 부족으로 현재 뚝섬 상황실은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실 시범 운영도 한강버스 개통일인 9월18일 직전 엿새(9월12~17일)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수상교통 안전을 위해 폐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상황실 2곳 등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런 체계를 운영할 인력은 6명뿐(정원 38명)이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의 업무보고 자료 갈무리

현재 한강 안전관리 체계는 무선 소통이 어려운 작은 선박·수상레저기구의 위치를 폐회로텔레비전으로 파악하거나 사람이 직접 살피는 방식이므로 ‘안전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왔다. 한강에는 청소·순찰선 같은 선박과 카누, 카약, 패들 보드 등 다양한 수상레저기구가 있다. 서울시에 등록된 모터보트·수상오토바이 같은 동력수상레저기구만 3천척(2024년 기준)이 넘는다.

국승기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부 교수는 “폐회로텔레비전의 경우 통신이 두절되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감시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며 “지피에스(GPS·위성항법장치)를 활용해 한강을 오가는 선박과 레저기구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하면서 전문가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

서울시가 작성한 한강 내 선박 사고 현황(2021~2025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모두 11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그중 인명피해가 있었던 사고는 5건이다. 특히 지난해 4월 한남대교 부근에선 한강 순찰선과 청소 보조선이 충돌해 2명(1명 중상, 1명 경상)이 다쳤다. 올해 8월엔 반포 한강공원 안에서 모터보트가 폭발해 6명이 경상을 입기도 했다. 지난 2021년엔 무면허로 타인의 수상오토바이를 무단으로 몰던 운전자가 전복사고로 숨졌다.

이해식 의원은 “오세훈 시장이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하기에 앞서 승객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했어야 하지만 그에 필요한 인력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신의 치적 쌓기에 급급해 최우선 가치가 돼야 할 시민의 안전을 뒷전으로 밀어두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한강버스 4척으로 시작한 정식운항 열흘 만에 네 차례 고장이 나자 지난달 29일부터 승객 탑승을 중단시키고 한달여간 시범운항으로 전환했다. 한강버스로 쓰일 선박은 모두 12척으로 4척은 여전히 건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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