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앞선 한-미 정상회담서 협상 마무리 목표
관세협상 후속협의를 위해 ‘무박 3일’ 방미에 나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난 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국은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0월31일~11월1일)를 계기로 29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실장은 이날 오후 미국 워싱턴 상무부 청사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2시간 가량 러트닉 장관을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일부 진전이 있었다. 많이 만나면 상호 입장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것”이라면서도 “막바지 단계는 아니다. 협상이라는 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더 협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추가 협상과 관련해 김 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 때문에) 또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필요하면 화상으로 (대화)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마지막 남은 쟁점에 대한 양국 간 입장차가 “여전히 크다”고 했다. 김 실장은 러트닉 장관을 만나기 전인 이날 오전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지난 몇 주간 진지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많은 주제는 근접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 이번 방미를 요청했나’는 질문엔 “우리가 예고했고, 그래서 온 것”이라며 “(지난 방문 때) ‘본국에 가서 보고하고 다시 이야기하러 오겠다’고 시사하고 갔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선불’ 요구가 철회됐는지에 대해 김 실장은 “개별 아이템에 대해선 어떤 말도 (공개적으로) 한 적이 없다”면서도 “(개별 아이템은) 서로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가 기준이다. 다 연결된 문제다. 외환 시장에 충격이 커서는 안 된다’ 등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우리가 반복적으로 얘기해왔다”고 말했다.
‘외환 시장 충격을 줄 투자 기준이 한국은행이 제시한 연간 150~200억 달러인가’라는 질문엔 “어떤 수치 가지고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 한국은행 분석도 있고 기획재정부 분석도 있고 미국 분석도 있다”며 “각각 분석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제는 한국 경제에 충격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이런 합의가 이행된다”며 “그런 점에 대해서는 미국도 이해를 (한다) 그 정도 선에서 논의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과 만남에 앞서 김 실장은 “협상이 꽤 마지막까지 와 있다”면서도 “중요한 쟁점에 대해 각자 입장을 (얘기)하다 보면 갑자기 기존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던 부분까지도 후퇴할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번에 (가져온) 추가 주제에 대해 미국이 좀 더 진지하게 이해해 준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각각 사흘, 이틀 만에 미국을 다시 찾은 김 실장과 김 장관은 이날 밤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