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서울 고교 앞 예정
일본 극우들 ‘혐오 표현’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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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극우단체들이 학교 내 ‘위안부 소녀상’이 있는 서울의 몇몇 고등학교 앞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예고했다. 경찰이 학생들의 등하교·수업 시간에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제한 통고’를 내렸지만, 이를 무시하고 집회를 강행할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과 해당 학교, 역사단체 등은 “즉각 중단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2일 서울시교육청과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등 극우단체는 23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매주 수요일 서울 ㄱ여고와 ㄴ고 앞에서 ‘흉물 소녀상 철거 요구 집회’를 하겠다고 관할 경찰서에 신고했다. 첫 집회는 29일 오후 2시께로 예정돼 있다. ㄱ여고와 ㄴ고를 목표로 삼은 것은 학교 안에 2013년, 2017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위안부 소녀상’이 있어서다. 이들은 수요시위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는 집회나 ‘평화의 소녀상’ 설치 장소를 찾아다니며 피해자들에 대한 모욕과 소녀상 훼손을 지속해 물의를 빚어왔다.
경찰은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들 단체에 등하교·수업 시간인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소집일(11월12일)과 수능 당일(11월13일)에는 하루 종일 집회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제한 통고’를 결정했다. 하지만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계획대로 29일에 (학교로) 갈 것”이라며 “경찰은 우리를 처벌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집회를 예고하며 만든 자료를 보면, 역사 왜곡에 ‘위안부 혐오’ 등 문제가 심각하다. 이들 단체는 “신성한 교정에 위안부(매춘부) 동상 세워놓고 매춘 진로지도 하나?”라는 펼침막을 만들고, “명문 ㄴ고에 매춘부 동상을 세운 까닭은?” 등의 손팻말을 들 계획을 세웠다. 단체 명의의 유인물에는 ‘위안부 사기극의 상징, 흉물 소녀상을 철거하라”며 위안부 동상을 가리켜 ‘매춘부’ 등으로 표현했다. 학교 인근 혐오 집회가 중국 문제에서 위안부 등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정근식 교육감 명의의 입장문을 내어 “수능을 앞두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집회가 학교 앞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 교육감은 “소녀상은 역사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실천한 결과물”이라며 “학교 교육활동과 상징물에 대한 외부 압력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 교육지원청, 학부모, 시민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학교는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ㄱ여고 관계자는 “고3 학생들이 수능을 코앞에 두고 예민한 상태다. 마지막 준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역사단체, 시민사회도 ‘혐오 시위’에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김승은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극우단체를 향해 “과격한 방식으로 역사를 왜곡해 진실을 말하기 두렵게 만들고 있다. 결국 진실을 없애는 역사 부정의 방식이자 혐오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이들 단체의 주장은 일본 극우 세력의 논리와 완벽하게 일치한다”며 “한국과 일본의 극우단체가 한몸처럼 연결돼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