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문화방송(MBC) 업무보고에서, 자신이 등장한 보도를 문제 삼으면서 보도본부장을 회의장에서 퇴장시켰다. 다른 이도 아닌, 언론자유 운동에 헌신해온 최 위원장이 정반대에 가까운 행동을 했다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최 위원장은 지난 20일 문화방송 업무보고를 받는 과방위 회의에서, 그 전날 보도된 이 방송사의 ‘고성·막말에 파행만…막장 치닫는 국감’ 보도를 재생했다. 법제사법위와 과방위의 국정감사 파행 상황을 비판적으로 전달한 리포트로, 다른 매체들의 보도와 다를 바 없다. 여기에는 지난 16일 과방위에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과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욕설 문자 공방이 길어지는 가운데 최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퇴장을 요청하는 장면이 포함됐다. 최 위원장은 박장호 보도본부장에게 이 대목을 문제 삼으며 ‘이게 중립적이냐’고 따졌고, 박 본부장이 ‘개별 보도 사안에 대한 질의는 부적절하다’고 답하자 질책하면서 “나가라”고 했다.
누구라도 언론 보도에 문제 제기하고 정정·반론 등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의 행동은 대상, 방식 모두 부적절했다. 과방위는 방송 관련 법을 관장하며,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공영방송 구성·운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상임위원장이, 자신과 관련된 특정 보도를 상임위 회의에서 문제 삼으면서 보도본부장을 퇴장까지 시킨 것은 언론자유 위협이라 할 수 있다. 또 임원인 보도본부장은 편집권 독립 원칙상 개별 보도에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을 최 위원장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최 위원장은 퇴장시키면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최 위원장은 문화방송 구성원들이 반발 성명을 내자 22일에는 문화방송 보도를 “친국민의힘 편파 보도”라고 비난하면서 압박을 이어갔다. 이런 태도가 더 납득하기 힘들다. 최 위원장은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런 식으로 언론을 겁박하려는 태도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개혁이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최 위원장은 사과하기 바란다.
최 위원장은 전두환 정권 시절 해직 언론인들이 만든 진보적 시사잡지 ‘말’ 기자 출신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 상임대표 등을 지내며 20여년을 언론민주화 운동에 몸바쳤다. 보수정권의 언론장악에도 앞장서 싸웠다. 그런데 국감 기간 중 딸 결혼식 논란을 포함해 요즘 최 위원장의 모습은 의아하다. 최 위원장의 인식과 태도가 국민 상식과 먼 것 같아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