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여 캄보디아행 비행기 타게 만들어
사기 범행 제안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지인을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 넘긴 일당 3명이 최대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죄질이 나쁘다며 주범에게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엄기표)는 22일 국외이송유인,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감금)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주범 신아무개씨에게 검찰 구형(징역 9년)보다 높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공범으로 기소된 박아무개씨에게는 징역 5년, 김아무개씨에게는 징역 3년6개월이 선고됐다.
국내에서 대포통장을 모아 캄보디아에 전달하고 있던 신씨는 지난해 11월 수입차 매장에서 차대번호를 알아낸 뒤 이를 판매할 것처럼 속여 돈을 챙기는 범행을 계획했다. 다른 피고인 박씨와 김씨를 통해 차대번호를 알아낼 사람을 물색했고 박씨와 김씨가 지인인 ㄱ씨에게 이를 요청했으나 ㄱ씨는 거절했다. 그러자 신씨는 일이 틀어져 수입차량 고유코드 해킹비용 등 6500만원이 발생했다며 박씨 등을 협박했고 이런 협박은 ㄱ씨에게도 전달됐다. 신씨 일당은 ㄱ씨에게 “캄보디아 관광사업을 추진 중인데, 캄보디아에 가서 계약서만 받아오면 채무를 없애주겠다”고 속여 비행기에 탑승하게 한 뒤 현지 범죄조직원들에게 넘겼다. ㄱ씨를 캄보디아로 넘긴 대가로 이들은 캄보디아 조직원들로부터 15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지 범죄조직원들은 ㄱ씨를 캄보디아와 베트남 국경 인근에 있는 범죄단지에 감금한 뒤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고, 스마트뱅킹 기능을 이용해 ㄱ씨의 계좌를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콜센터, 숙소 건물 등으로 구성된 이 범죄단지는 경비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2∼3m 높이의 담벼락이 둘러싸고 있었다고 한다. 조직원들은 ㄱ씨의 계좌가 지급 정지되자 고문 피해 사진을 ㄱ씨에게 보여주며 “이게 다 우리 돈을 사고치거나 도망치다가 걸린 사람들의 최후다. 너도 도망치다가 걸리면 이렇게 된다. 얌전히 있어라”라고 말하는 등 ㄱ씨를 협박하고 감금했다. ㄱ씨는 20여일 동안 범죄단지 등에 감금돼 있다가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의 도움으로 지난 2월 구출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의 목적과 경위, 범행을 조직적으로 분담해 수행하는 등 범행 방법과 내용, 감금 기간 등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나쁘다. 각 범행으로 피해자는 상당한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만일 피해자가 제때 구출되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감금당하였을지, 어느 정도의 추가적인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주범인 신씨에 대해 재판부는 “처음부터 피해자가 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에 의해 상당 기간 감금되리라는 사정을 알면서 피해자를 국외로 이송했다.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한 정도가 매우 중하다“, “그런데도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수사 과정에서 아무런 협조도 하지 않고, 재판 과정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할 뿐 반성문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