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국정감사 기간 중 문화방송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뉴스보도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보도본부장을 퇴장시킨 사건과 관련해 문화방송(MBC) 기자들이 “언론 자유 위협”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문화방송 기자회는 21일 ‘최민희 위원장, ‘방송 독립’ 신념 스스로 저버리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방송관계법을 총괄하는 국회 상임위원장이, 공영방송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보도 관련 임원을 상대로 퇴장을 명령한 행위는 명백한 부적절함을 넘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비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태도는 권력기관이 언론을 위압하거나 간섭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문화방송 기자회와 20일 업무보고 자리에 참석한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최 위원장은 지난 19일 ‘뉴스데스크’에서 다룬 ‘고성·막말에 파행만…‘막장’ 치닫는 국감’ 리포트의 공정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꼭지는 지난 14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과방위 국감 현장에서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욕설 문자 메시지 전송 논란을 다뤘다. 최 위원장은 박 의원 잘못으로 시작된 문제인데도 양쪽이 잘못한 일인 것처럼 다룬 것은 공정하지 못하며, 자신의 모습이 담긴 화면이 양쪽 대화 내용을 전달하는 것인데도 문자 싸움의 당사자인 것처럼 오해할 여지가 있다면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위원장은 이에 대한 해명 요구를 했으나 박장호 보도본부장이 “개별 보도에 대한 질의는 부적절하다”며 거부하자 퇴장을 명령했다. 기자회는 “최 위원장은 퇴장을 명령하며 이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그의 행보가 과거 스스로 강조해온 ‘방송의 독립’이라는 신념과 충돌하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엠비시본부도 이날 성명을 내어 “질의 시간을 자신과 관련된 특정 보도에 대한 불만 제기에 할애한 것도 부적절했지만, 편집권 독립의 원칙상 개별 기사에 관여해서는 안 되는 임원에게 해당 보도의 경위를 거듭 추궁하고,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퇴장까시 시킨 것은 명백히 소관 상임위원장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해 휘두른 행동”이라며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수많은 시민의 염원이 모여 만들어 낸 새로운 정부하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더 충격과 실망을 감추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박범수 문화방송 보도국장은 이날 편집회의에서 “보도에 대해 정치인뿐 아니라 누구나 항의할 수 있으나 그 방식은 절제된 방식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렇지 못했던 점에 대해 유감이다”라며 “후배 기자들은 위축되지 말고 취재를 열심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최민희 위원장은 국감 기간 중 딸이 국회 사랑재에서 결혼식을 치르면서 피감기관에 압박을 주는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논란에 올랐다. 이날 열린 과방위 국감에서도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 등이 위원장 자질 시비를 이틀째 거론했고, 최 위원장은 “기업이나 피감기관에 청첩장을 전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딸 얘기를 하다가 울먹였다. 최 위원장은 전날 국감에서도 박 의원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자 “문과 출신인 제가 양자역학 공부하느라 거의 밤에 잠을 못 잘 지경이다. 정말 집안일이나 딸의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