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짜뉴스 근절’이 ‘언론자유’ 위축으로 이어져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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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1. 오후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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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가짜뉴스를 악의적으로 유포하는 언론 매체와 유튜버에 손해액(법원 산정)의 최대 5배 손해배상 책임과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허위조작정보 근절안’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타인을 해롭게 할 ‘악의’를 가지고 불법정보·허위조작정보를 고의로 유통할 경우 책임을 더 크게 묻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언론개혁특위는 불법정보(반복적으로 또는 공공연하게 인종·국가·지역·성별·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폭행·협박·명예훼손·모욕 또는 증오심을 선동하는 내용의 정보)와 허위조작정보(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를 징벌 대상으로 정했다.

가장 큰 논란은 ‘악의’를 어떻게 입증할 것이냐다. 악의를 판단할 세부 요건으로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에도 사실 근거 인용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등 8가지 사례가 제시됐는데, ‘피해자의 입장 또는 의견을 확인하지 않은 경우’를 비롯해 언론의 취재 현실을 무시한 내용도 일부 포함돼 있다. 고발성 취재의 경우 불리한 보도를 회피하기 위해 언론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의견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악의적 보도’라고 단정하는 건 적절치 않다. 그러면 객관적 증거나 증언이 일치하더라도 기사를 쓸 수 없게 된다.

대기업이나 정치인, 고위 공직자 등 권력자의 ‘입틀막 소송’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대책으로 제시된 ‘전략적 봉쇄 소송 방지에 관한 특별 규칙’의 경우, 법원에 봉쇄 소송 여부를 확인하는 판결을 구할 수 있고, 봉쇄 소송으로 인정되면 해당 소송 절차가 중지되는 장치를 두긴 했다. 그러나 언론계에서는 소송 남발과 이로 인한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 위축을 우려한다.

최근 돈벌이를 위해 일부러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경우가 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중국 간첩 99명 검거’ 등의 허위보도를 일삼던 ‘스카이데일리’ 등이 대표적이다. 허위보도에 대한 현행 법원의 처벌 수준이 미약한 것도 맞다. 하지만 가짜뉴스를 막겠다는 정책 목표가 아무리 옳더라도 언론 보도에 대한 규제는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막는 양면성을 지닐 수밖에 없어 세밀하게 다뤄야 한다. 언론의 자유와 건전한 공론장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 정기국회 회기 내 통과라는 일정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여론의 지지를 받은 검찰청 해체와는 성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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