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갭투자 대신할 대안의 ‘주거 사다리’ 정책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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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1. 오후 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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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경제부총리(가운데)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이억원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 발표로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의 길이 좁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들은 과열된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이 무주택층의 ‘주거 사다리’를 보장한다고 주장한다. 원론적으론 맞는 말이나, 이미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아 있는 상태에선 이런 설명만으로는 곧바로 현실성을 찾기는 힘들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안 방식을 찾아내 정책으로 추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6·27, 10·15 대책으로 ‘현금 부자만 집을 살 수 있는 구조가 됐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을 빨리 차단해야 장기적으로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출을 더 일으켜 (주택 구매를) 뒷받침해주는 정책이 주거 안정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불안을 자극한다”며 “빨리 수요를 안정화하고 공급 대책도 당연히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금이나 청년·신혼부부가 이용하는 정책성 상품의 한도와 대출 비율은 그대로 유지한 것도 주거 사다리 보장 차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유튜브 채널에서 ‘정부 정책을 통해 시장이 안정되면 그때 집을 사면 된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당국자들의 이런 발언에 고개를 끄덕일 시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정부 대책으로 수도권 집값이 언제 안정화될지, 떨어진다면 얼마나 떨어질지도 불확실하다. 전세 끼고 주택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 방식이 수도권에선 어려워지고, 그동안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전세제도 자체도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다. 청약을 통한 신규 분양은 로또 당첨에 비유될 정도다. 기존의 대표적인 내 집 마련 방법들이 매우 제한적이고 불확실해진 반면에 새로운 방식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파트 투기를 막기 위해 갭투자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시장에서 일반화된 방식을 차단했으면 대안도 제시해야 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정부 출범 초기 국토교통부도 적은 초기 자본으로 살 수 있는 지분적립형·이익공유형 주택 등 부담 가능한 주택 모델을 발굴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방안들이 정작 공급 대책을 총망라했다는 9·7 대책에도 구체적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전세금을 활용한 주택 구매를 대신할 공적 주택금융 방식을 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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