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부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료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자동차업계 제언이 나왔다. 순수 전기차와 수소차뿐만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보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융통성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에프케이아이(FKI)타워에서 열린 ‘2025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동차 정책 세미나’에서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기계공학과)는 에너지 공급망과 기술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전략을 강조했다. 배 교수는 ‘수송부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을 위한 자동차 환경정책 제언’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국내에는 재생에너지 자원이 부족하고 배터리 소재 및 광물 공급망이 중국에 집중돼 있어 전기화 중심 국내 친환경차 보급을 통한 감축 전략만으로는 전체 엔디시 달성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35년까지 배출가스를 2018년 대비 48%부터 53%, 61%, 65%까지 감축하는 네 가지 안을 목표로 검토 중이다. 배출량을 61% 이상 감축하는 안이 확정되면 2035년부터는 내연차 판매 자체를 금지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정부는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차 보급 확대를 꼽고 있다. 정부는 앞서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2035년까지 840만∼980만대 정도로 제시한 바 있다.
배 교수는 친환경바이오오일(HVO), 지속가능항공유(SAF), 재생합성연료(e-Fuel), 수소 등 다양한 수송부문 탄소중립연료(기술)의 국내 시장 형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료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어느 하나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특히 자동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이알이브이 등으로 시선을 확대하면 (배터리 전기차보다) 안전성이 높을 뿐 아니라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기후위기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요구는 충족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지속가능한 수송 부문의 에너지 리소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과정에 ‘유연성’을 더하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피에르 밀레트 유럽자동차제조자협회(ACEA)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날 세미나에서 “지금까지 유럽은 순수전기차만을 가지고 아주 엄격한 수준의 탄소중립 달성만을 얘기했지만,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판매)중단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유럽위원회 등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등을 ‘중간 단계’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국내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위해 정부의 수요 창출 정책 등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민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상무는 “우리나라는 자율차 관련 규제는 선제적으로 만들었지만, 양질의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고령화율이 높은 국가에서 (자율차가) 좋은 교통수단으로 꼽히고 새벽 등 특정 시간대, 배차 간격이 긴 지방에서의 대중교통의 수요를 (자율차가)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6∼7억원에 이르는 자율차의 고비용을 수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운수업계부터 자율주행기술 적용 및 상용화를 본격화해야 하고, 정부가 이미 대중교통에 진행 중인 지원을 자율차로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전동화, 자율주행 등 기술개발과 관리 제도와의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엄성복 한국자동차 모빌리티안전학회 수석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자율차, 친환경·첨단미래형차 등 신기술 적용을 위한 국제기준 제·개정에 수년이 걸리고 국제기준이 마련돼도 국내 기준과 조화를 위한 검토와 법제화에 상당 기간이 걸린다”며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기술 도입 지연이나 사회적 갈등 방지를 위해 다양한 실질적 의견 수렴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협회 창립 30주년을 맞아 개최된 이날 세미나에서는 ‘안전’과 ‘환경’을 핵심 열쇳말로 삼아 국내외 자동차 산업 현황 및 정책에 대한 논의와 제언 등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