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고장으로 한 달간 무탑승 운항으로 전환된 ‘한강버스’가 정식 운항 전 선박 8척 가운데 2척만 행정안전부의 안전점검을 받은데다, 제작 과정에서도 일정을 무리하게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강버스 정식 운항 8일 전인 지난달 10일 행안부는 8척 중 101호와 102호의 안전 점검을 했다. 당시 한강에 도착한 선박은 3척이었으며, 이 중 1척은 충전 중이라 점검을 받지 못했다. 나머지 5척은 운항 직전이거나 운항 후에 한강에 도착해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
점검을 받은 두 척은 완전하지 않았다. 행안부 검사에서 101호는 자동선박식별장치(AIS)가 없었고, 102호는 발전기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선원들은 안전장비 숙지 여부 등을 묻는 말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애초 행안부는 17일에 안전 점검을 나갈 예정이었으나, 서울시가 같은 날 취항식을 진행하면서 일정을 앞당겼다. 행안부 관계자는 “유선 및 도선사업법에 따라 정부가 안전점검을 할 수 있다”며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가을철 선박 이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전국 유·도선을 점검했으며, 한강버스의 경우 당시 한강에 있던 선박만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어 “10월 이후 한강버스 운항 재개 시 추가 점검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안전을 위해 무리하게 정식운항을 시작할 게 아니라, 시범 운항해야 한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서울시는 101호와 102호로 시범 운항을 했고,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안전 점검을 받았다며 나머지 6척의 한강에서의 시범 운항 필요성은 부인해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8월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바다에서 이미 시범 운항을 했고 엔진 타입이 달라도 안전성에 큰 차이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행안부 안전점검에서 발전기 고장을 지적받았던 102호는 지난달 22일 전기계통 이상을 일으켜 탑승객 114명이 한강 위에 고립됐고, 행안부의 점검을 받지 않은 103호·104호는 잇달아 방향타·발전기 고장 등을 일으켰다. 결국 한강버스는 잦은 기계 결함과 운항 중단으로 열흘 만에 승객 탑승을 멈췄다.
선박 제작 과정에서도 무리하게 일정을 강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성중공업 관계자는 양 의원실에 “서울시 쪽이 선박 길이를 30m에서 35m로 변경해달라 했고, 이에 따라 (은성 쪽에서 서울시에) 납품 기한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며 “결국 우리가 만들기로 한 6척을 가덕중공업에 넘겼다”고 밝혔다.
가덕중공업은 선박 건조 경험이 없는 신생 업체로, 서울시와 한강버스 건조 계약을 맺은 뒤 법인 등록을 마쳐 특혜 의혹까지 제기됐다. 당시 감리보고서에는 “가덕중공업이 자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가덕중공업이 맡은 6척 중 4척은 제작이 지연돼 서울시가 다른 업체에 넘겼다.
양 의원은 “행안부 점검 결과에서 드러났듯 한강버스는 취항 전부터 안전상 문제가 확인됐다”며 “유·도선사업법에 따라 관할관청인 서울시는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해 검사·점검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 충분한 안전점검 없이 운항을 강행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