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약, 허가 지연 속 불법판매 기승…식약처는 “법개정 우선”

박다해 기자
입력
수정 2025.10.22. 오전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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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 의약품을 파는 일반 쇼핑몰 안내사항.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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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신중지 의약품 허가가 지연되는 가운데 온라인에서 해당 약품의 불법 판매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식약처는 “법 개정 없이도 관련 의약품을 허가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을 여러차례 받았는데도 “법 개정 이후 추진하겠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1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임신중지 의약품 온라인 불법판매가 적발된 건수는 모두 2641건이다. 특히 지난 2023년엔 적발건수가 491건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741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선 9월까지 모두 352건이다. 식약처의 단속이 간헐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염두에 두면 실제 온라인에서 불법 판매되는 임신중지 의약품 유통량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불법 판매 시장은 일반 쇼핑몰, 온라인 카페, 오픈마켓,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고거래 플랫폼 등 대부분 온라인 유통 채널을 망라한다. 이 중 적발건수 비중이 가장 큰 유통 채널은 ‘일반 쇼핑몰’이다.

임신중지의약품 온라인 불법 유통 적발 현황.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문제는 이렇게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임신중지 의약품은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2년에는 중국산 가짜 임신중지 의약품을 판매한 일당이 약사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온라인 구매는 익명성이 보장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접근이 쉽지만 제조·유통 경로가 불분명하고 효능이나 부작용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 해당 의약품을 복용하는 여성의 건강이 나빠질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난맥상은 식약처가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에도 임신중지 의약품 허가를 머뭇거리고 있는 탓이 크다. 특히 식약처는 해당 의약품 도입과 관련해 6차례 법률 자문을 받았는데 이 중 4건에서 “법 개정 없이도 허가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받았지만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자문 중엔 “오히려 관련 인허가를 안 해주는 것은 (식약처장의) 재량권 남용으로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검토내용도 포함됐다. 나머지 2건의 자문의견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이날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식약처는 법 개정 우선론을 고수했다. 약사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을 해야 식약처가 임신중지 의약품에 허가를 내줄 수 있다는 뜻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관계 부처와 법을 개정하고 (허가를)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임신중지 의약품의 합법화를 국정과제 중 하나로 올려놓고 있다. 남인순 의원은 “전세계 100개국에서 안전성과 효과성을 인정받아 사용 중인데 식약처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허가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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