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종호 “임성근 구명 부탁받았다” 첫 인정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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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2. 오전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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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경호처 출신 송호종씨 부탁받았다고 진술
김건희(왼쪽) 여사,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연합뉴스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로부터 ‘송호종(해병대·경호처 출신)씨에게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을 부탁받고 김건희 여사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전 대표는 김 여사 쪽 연락처를 몰라 연락을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 청탁을 받고 이를 시도하려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의 진술과 달리 김 여사에게 구명 로비 메시지가 전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21일 한겨레 취재 결과,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과 12일 특검팀에 출석해 ‘2023년 8월 송씨에게 임 전 사단장의 구명을 부탁받고 김건희 여사에게 연락하려 했으나 연락처를 몰라 실패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송씨는 해병대 출신들이 모인 ‘멋쟁해병’ 단체 대화방의 멤버였고, 그의 부탁을 받아 구명을 시도하긴 했지만 김 여사에게 아예 전달이 안 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계좌를 관리한 인물이다. 2020년 9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가 이뤄질 때 김 여사 쪽과 30여차례 이상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특검에서 ‘당시 통화한 것은 김 여사 비서였고 비서를 통해서도 임 전 사단장의 청탁을 하진 않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구명 로비 의혹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당시 임 전 사단장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계좌를 관리한 이 전 대표 등을 동원해 대통령실 쪽에 청탁했다는 내용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 전 사단장 수사에 격노하며 외압 사태로 번진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이 의혹은 지난해 7월 ‘멋쟁해병’ 참여자 중 한 명인 김규현 변호사가 “(임 전 사단장이 사직하지 않도록) 내가 브이아이피(VIP)에게 얘기하겠다”는 이 전 대표 발언이 담긴 통화 녹취록 등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과의 친분 관계를 아는 자신의 지인에게 ‘특검에 조사받게 되면 임 전 사단장을 모른다고 해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파악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관련 형량 청탁(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기 전날인 지난 8월4일 ㄱ씨에게 전화해 “특검이 임성근을 아냐고 물어보면 무조건 모른다고 해달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ㄱ씨에게서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함께 찍은 사진도 자신에게 보여줬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ㄱ씨는 한겨레에 “2022년 말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지금 투스타, 사단장인데 내가 용산에 말해 스리스타로 만들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또 이 전 대표와 임 전 사단장과의 만남에 동석한 영화배우 박성웅씨 등으로부터 두 사람이 2022년부터 잘 알던 사이라는 진술을 다수 확보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의 변호인은 “(이 전 대표가) 송씨에게 임 전 사단장 구명 부탁을 받았고 김 여사 쪽에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 안 된 걸로 안다”라며 “이런 사실도 특검에서 인정했는데 임 전 사단장과 아는 사이였다면 그 사실을 굳이 숨길 필요는 없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ㄱ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특검의 압박·회유성 조사로 이 전 대표의 지인들이 이런 진술을 한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임 전 사단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23년 7월 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무리하게 실종자 수색을 지시해 채 상병을 숨지게 하고 다른 해병대원들을 다치게 한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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