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고 제사까지 지냈는데…‘염전 노예’ 60대, 40년 만에 가족 재회

정대하 기자
입력
수정 2025.10.21. 오후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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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강제노동 착취 피해자, 요양병원 옮겨졌다가
‘성년 후견절차’ 묻는 법원 우편물 덕분 연락 닿아
29일 오후 전라남도 신안군의 한 염전에서 염부가 작업을 하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전남 신안군 신의도에서 이른바 ‘염전 노예’로 강제노동 착취를 당한 60대 중반의 피해자가 40년 만에 가족과 재회했다. 장씨는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수사 과정에서 한동안 가해자와 분리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피해자 의사에 반해 강제로 보호시설에 옮길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21일 전남경찰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신안군 신의도에서 염전을 운영하는 ㄱ씨는 2019년부터 4년6개월간 지적장애인 장아무개씨에게 6600여만원의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기소돼 최근 벌금 300만원에 형 집행 1년 유예 판결을 받았다.

고용노동부 수사와 별개로 경찰도 ㄱ씨를 준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쪽은 “장씨 통장에 든 임금을 마음대로 쓴 혐의에 대해 불구속 입건해 수사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 검찰에서 사건 처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ㄱ씨는 지난 2014년 염전 노예 사건 때도 아버지가 유인해 온 또 다른 지적장애인에게도 임금을 주지 않고 착취한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처벌을 받은 바 있다.

중증 지적장애인인 장씨는 20대 후반이던 1988년 경기도 성남에서 실종됐다. 장씨 가족은 장씨가 죽었다고 여겨 제사까지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장씨 가족은 지난 7월 법원에서 보낸 우편물을 받고 40년 만에 장씨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편물엔 광주광역시 북구 한 요양병원에서 장씨의 성년 후견 절차에 동의하냐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장씨는 가족과 재회 때 발톱과 치아가 전부 빠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지난해 10월까지 가해자인 염전주 ㄱ씨와 분리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염전 강제노동과 관련해 당국이 염전 강제노동 실태를 점검했고, 2023년 신안군이 장씨의 실상을 확인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지난해 수사가 이뤄졌는데도 가해자와 한동안 분리되지 않은 셈이다. 장씨는 지난해 10월 염전이 폐쇄된 후에야 광주의 한 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에 전남경찰청 쪽은 “지난해 4월9일 사건 담당자가 서류를 확인해 장씨 형제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았다.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전달했는데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전남 장애인 권익옹호기관에 의뢰해 피해자에게 병원 진료와 보호시설 이동 등을 설득했지만, 피해자가 거부했다”며 “피해자 의사에 반해 피해자를 보호시설 등으로 옮길 법적 근거가 없어 분리 조치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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