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운사가 내년부터 중국과 유럽을 잇는 정기 북극항로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운송 기간의 획기적인 단축과 지정학적 위험 회피라는 이점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해상 경로 선점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21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해운사 시레전드라인 최고운영책임자(COO) 리샤오빈이 2026년 여름부터 중국과 유럽을 입는 북극항로를 정기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리 최고운영책임자는 “우선 항행이 가능한 여름철 주 1회 또는 격주 1회 운항 체계를 실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험을 토대로 얼음 해역도 통과할 수 있는 선박 건조 능력 강화해 연중 항행이 가능한 중국-유럽 북극항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해운사는 최근 중국-유럽 북극항로에 화물선 이스탄불 브리지호를 띄워 성공적으로 운항을 마쳤다. 4890개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선은 지난달 23일 중국 저장서 닝보-저우산항을 출발해 영국, 독일 등을 거쳐 지난 19일 최종 목적지였던 폴란드 그단스크항에 도착했다.
운송 기간은 기존 해상 경로보다 크게 단축됐다. 중국 닝보에서 출발, 북극항로를 거쳐 첫 기항지인 영국 펠릭스토항 도착까지 20일 걸렸다. 중국-유럽 해상 운송 때 기존 수에즈운하 항로는 약 40일, 희망봉 경유 항로는 약 50일 소요된다. 약 25일이 걸리는 중국-유럽 화물열차보다도 빠르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북극항로를 경유하면 중동 정세 등 기존 항로가 안고 있던 지정학적 위험 요소를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중국은 북극항로 개척이 ‘빙상 실크로드’ 전략의 중요한 성과라고 추켜세운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带一路·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을 육로와 해로로 연결) 구상의 일부로 2018년 ‘빙상 실크로드’ 전략을 공식화하고 북극항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북극항로는 시간·온도 등에 민감한 화물에 적합하고, 리튬 전자제품, 태양광 제품, 신에너지차량 등 중국의 신 3대 수출품의 수출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운송 기간 단축으로 기업들이 재고 보유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 해운사의 북극항로 운영에 환경단체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북극 생태계·주민 보호단체 연합인 클린 아틱 얼라이언스(Clean Arctic Alliance)는 이스탄불 브리지호 운항이 강력한 오염 물질을 배출해 북극 환경을 빠르게 파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레전드라인은 북극항로 운항 때 탄소 배출이 수에즈항로 대비 약 30%, 희망봉 항로 대비 약 50% 감소한다며 환경적 이점을 내세운다. 그러나 단체 수석 자문인 시안 프라이어 박사는 “북극은 해빙 위험으로 항로로 거의 개발되지 않았고, 제대로 측량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만약 북극 운항으로 강력한 오염물질인 블랙카본(그을음·불완전 연소로 생기는 탄소 입자) 배출이 늘어나면, 북극항로를 통한 탄소 배출 감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클린 아틱 얼라이언스는 “새로운 북극항로를 개발하기에 앞서 반드시 환경영향평가를 거치고, 최상위 수준의 환경보호 조치를 보장해야 한다”며 “모든 선박이 블랙카본 배출이 낮은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