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된 범죄 적용 가능성 낮아 보여”…캄보디아 송환자 수사 관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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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0. 오후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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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판례 살펴보니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가담했다가 현지 경찰 조사를 받고 이민 당국에 구금됐던 한국인 64명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됐다가 송환된 한국인 피의자들에 대해 무더기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며 경찰 수사가 본격화 되고 있다. 이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감금 등 강요에 의해 범죄에 휘말렸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런 주장이 ‘객관적 증거’와 합치하는지가 향후 수사의 관건이 될 걸로 보인다.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사기 범죄 조직에 연루돼 올해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의 판결문을 20일 보면, ‘자발성’과 ‘적극성’이 혐의 인정과 형량을 갈랐다. 지난해 3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주식 리딩방 투자 사기에 가담한 ㄱ씨는 ‘업무 내용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출국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주장했지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ㄱ씨가 “불법적인 일을 하게 될 것을 예견할 수 있음에도 자발적 의사로 출국했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노력한 사실이 없는 점”을 들어 징역형을 선고했다. 범행을 강요당했다는 ㄱ씨 쪽 주장에 대해서도 “조직원들의 폭행과 협박의 내용은 단순히 밀치거나 ‘일하고 돈을 벌어라’ 말했다는 정도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강요된 범행이라는 ㄱ씨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봤다. ‘강요된 범죄’를 주장하는 데 있어 단순한 증언이 아닌, 객관적 증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해 8월 주식 리딩방 투자 사기 조직원으로부터 계좌 관리 등 업무를 맡아줄 것을 제안받고 캄보디아로 출국한 ㄴ씨도 감시·감금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ㄴ씨의 경우 같은 조직에 있던 다른 피고인들의 사례까지 비교됐다. 재판부는 △같은 숙소에 있던 다른 피고인은 입국 2∼3일 만에 도망쳤으며 △수사기관에 신고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ㄴ씨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 했다.

지난 18일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이들도 수사·재판 과정에서 ‘감금·폭행·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가담했다’는 방어 논리를 앞세울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서너명의 피의자가 스캠 단지 조직원들로부터 감금·폭행 등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 이날 대전지법 홍성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한 변호인은 “채무로 끌려가 범행에 가담했고 조력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피의자 변호인은 “조직도를 제출할 정도로 수사에 협조했다”며 불구속 수사를 요청했다. 한 피의자는 기자들에게 “전기 지짐을 당했다”, “죽기 전까지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고은 법무법인 온강 대표변호사는 “이번에 송환된 피의자 대부분이 캄보디아 경찰의 급습 때 검거된 이들”이라며 “피해자성을 주장하기엔 검거 경위뿐 아니라 외관상으로도 고문 흔적 등을 찾아볼 수 없어 형법 제12조(강요된 행위)가 적용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최근 판례 흐름을 보면, 강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진술만으로는 법원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속적 학대 흔적이 나오거나, 범죄 조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구체적 물증 등이 제시되지 않는 이상 처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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