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의 도전이 정치를 살린다 [성한용 칼럼]

성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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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0. 오후 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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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9월2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신민당 전당대회에서 김대중(오른쪽)이 제7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선출된 뒤 당내 경쟁자였던 김영삼이 축하 악수를 건네고 있다. 김대중평화센터


성한용 | 정치부 선임기자

196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의 3선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1969년 11월 신민당의 41살 김영삼 의원은 1971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40대 기수론’이었다.

45살 김대중, 47살 이철승 의원이 동조했다. 유진산 총재는 구상유취(입에서 젖비린내가 난다)라고 비난했지만, 세대교체 흐름을 막을 수 없었다.

1970년 신민당 대통령 후보 지명 전당대회를 통해 세 사람은 야당의 정치 지도자로 올라섰다. 김영삼 김대중 두 사람은 그 뒤 오랫동안 민주당을 이끌며 박정희 전두환 독재와 맞서 싸웠다.

1969년 40대 기수론이 없었다면 민주당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도 없었을 것이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대선 득표율은 26.14%,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은 48.67%였다. 민주당의 일패도지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위원장은 “친노라고 표현되어온 우리는 폐족”이라고 반성문을 썼다.

2008년 4월 18대 총선도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 세력의 압승이었다. 한나라당 153석, 자유선진당 18석, 친박연대 14석이었다. 무소속 25명 가운데 12명이 ‘친박 무소속 연대’였다. 통합민주당은 81석이었다. 보수 세력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다 장악한 것이다. 영구 집권이 가능해 보였다.

2년 뒤 2010년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였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으로 촉발된 촛불 집회와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로 심판론이 팽배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폭침 사건이 터졌다. 선거 전망은 예측 불가였다.

실제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였다. 한나라당은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등 6개 광역단체장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송영길 인천시장, 이광재 강원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등 7개 광역단체장을 차지했다. 무소속 김두관 경남지사도 민주당 사람이었다. 기초단체장과 지방 의회도 민주당이 크게 앞섰다.

민주당 승리의 동력은 세대교체였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47살, 이광재 강원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45살이었다. 이들의 역동성이 선거판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기초단체장 당선자도 40대가 많았다. 수도권이 두드러졌다. 서울에서 김영배(43) 성북구청장, 김성환(45) 노원구청장, 김우영(41) 은평구청장, 이제학(47) 양천구청장, 이해식(47) 강동구청장이 당선됐다. 경기도는 이재명(46) 성남시장, 김만수(46) 부천시장, 양기대(48) 광명시장, 최성(47) 고양시장, 곽상욱(46) 오산시장, 채인석(47) 화성시장, 김윤식(44) 시흥시장, 유영록(48) 김포시장이 당선됐다.

광주의 최영호(45) 남구청장, 민형배(49) 광산구청장, 대전의 허태정(45) 유성구청장, 충남의 복기왕(42) 아산시장, 황명선(44) 논산시장도 40대 당선자였다.

민주당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했지만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했다. 혁신 경쟁에서 한나라당에 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 세대교체 성공으로 전국 단위 선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선, 2020년 총선, 2024년 총선, 2025년 대선을 그렇게 이겼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물론 기초단체장에서 대선주자, 광역단체장, 대표, 대통령으로 치고 올라간 이재명 성남시장이었다. 2010년 이재명 성남시장이 없었다면 2025년 이재명 대통령도 없었을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는 어떨까? 민주당의 광역단체장 도전자들은 50대가 주축이다. 1970년대생 90학번대 정치인들도 꽤 많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박용진 전 의원은 1971년생, 박주민 의원은 1973년생이다. 강훈식 비서실장도 1973년생이다. 경기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이언주 의원은 1972년생, 한준호 의원은 1974년생이다. 대전시장 후보로 나설 수 있는 장철민 의원은 1983년생,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1971년생이다. 제주지사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김한규 의원도 1974년생이다.

정치에서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위험하다. 노장청 조화가 바람직하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끊임없이 도전하지 않으면 집단 전체가 늙는다. 젊은 세대가 과감하게 도전해야 정당이 살고 정치가 살고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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