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4명 포함 팔레스타인인 일가족 11명, 이스라엘군 포탄에 몰살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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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19. 오후 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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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휴전 완전성 조처 추진”…하마스에 경고
하마스 “이스라엘 휴전 위반 47건, 33명 사망”
알자지라 “5살 아이 포함 일가족 몰살” 보도
18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아흘리 병원에서 아부 샤반 가족의 친척들이 모여 일가족의 사망을 슬퍼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주민들을 계속 공격한다면 휴전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 능력 회복 움직임에 경고를 한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가자 주민들에게 자신들이 설정한 이른바 “옐로 라인”을 넘었다며 발포해 5살 아이를 포함한 일가족 11명이 숨지는 등 휴전은 불안한 상태다.

미 국무부는 18일(현지시각) 성명을 내 “미국은 하마스가 가자 주민들에 대한 휴전을 위반할 것이란 신뢰할만한 긴급 보고가 있다고 가자 평화 협정 보증국들에 통보했다”며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대상으로 계획된 이번 공격은 정전 협정을 직접적이고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마스가 이 공격을 진행한다면, 가자지구 주민들을 보호하고 휴전의 완전성을 보존하기 위한 조처가 취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는 하마스가 어떤 공격을 계획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만약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사람들을 계속 살해한다면, 이는 합의에 어긋나는 일이며, 우리는 그들을 죽이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지난 10일 이스라엘과 휴전 발효 이후 이스라엘 협력자 33명을 처형하고, 주요 교차로에 치안 인력을 배치하는 등 가자지구 통치를 회복하려는 조처를 진행하는 중이다. 이는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통치 배제라는 트럼프의 평화구상과 반대되는 방향이다.

모하메드 나잘 하마스 정치국 위원도 17일 공개된 로이터 인터뷰에서 “무장 해제를 ‘예' 또는 ‘아니오'로 단정할 수 없다”며, 하마스만이 아니라 다른 세력과도 논의해야 한다며 즉각 무장해제에 반대하는 뜻을 밝혔다. 이어 나잘 위원은 “처형된 자들은 살인죄를 저지른 범죄자”라며, 과도기 동안 행정은 팔레스타인 기술관료 위원회에 넘기되 치안은 하마스가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인터뷰에 대해 이스라엘 총리실은 “하마스는 주검을 포함한 인질 전체를 넘겨야 하고, 무장 해제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로이터에 밝혔다. 가자지구 내 치안을 통제할 강력한 권한을 국제안정화군에 부여하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준비되고 있다고 18일 가디언이 보도했다.

반면, 하마스의 가자지구 공보국은 18일 이스라엘이 47건의 휴전 합의 위반 행위를 했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휴전이 발표된 지난 10일 이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주거 지역에 탱크, 드론 등을 배치하고 민간인에 대한 발포를 이어가 휴전 후 모두 38명이 사망하고, 143명이 부상했다고 덧붙였다. 알자지라는 가자시티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던 아부 샤반 일가족이 탄 차량이 지난 17일 이스라엘군 탱크가 쏜 포탄에 맞아 10살, 8살, 6살, 5살 아이를 포함한 일가족 11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휴전 발효 뒤 한번에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사건이다. 폭발로 산산조각이 난 주검 두 구는 아직 찾지 못했다. 이스라엘군은 이 가족들이 탄 차량이 이른바 ‘옐로 라인’을 넘었기 때문에 발포했다고 발표했다. ‘옐로 라인’은 휴전에 따른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철수선이다. 이스라엘군은 이 선을 넘었다는 이유로 발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알자지라는 “팔레스타인 사람 대부분은 인터넷 접속을 하지 못하고 휴대전화도 없는 탓에 ‘옐로 라인'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며 “샤반 가족이 이런 일을 당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8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 인질 주검을 찾기 위해 굴착기가 땅을 파는 모습을 하마스 대원들이 지켜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하마스는 18일 밤 이스라엘 인질의 주검 2구를 이스라엘 쪽에 인도했다. 법의학 기관의 감식 결과 이스라엘 인질이 맞는다면 모두 12구가 돌아온 것이 되고, 16구가 더 반환되어야 한다. 현재 미반환 인질들은 억류 중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인해 부서진 건물 잔해에 깔려 실종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인질 수색을 도울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 대원 81명은 이집트와 가자지구 국경에 도착해, 이스라엘의 입국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17일 아에프페(AFP)는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주검 송환과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의 라파흐 검문소 개방을 연계하겠다며 하마스를 압박하고 나섰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18일 “라파흐 검문소 재개방은 하마스의 인질 주검 송환, 합의 이행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이집트 팔레스타인대사관은 이날 오는 20일부터 라파흐 검문소가 열려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돌아가길 원하는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이동이 가능해진다고 밝혔지만, 네타냐후 총리실은 이를 부인하며 이같이 밝혔다. 라파흐 검문소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아닌 다른 나라와 연결된 유일한 검문소로, 현재 유엔 세계식량계획 등 구호기관의 물자가 검문소 근처에서 대기 중이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4 등 보도를 보면, 이스라엘 내각은 오는 19일 회의 열어 ‘철검 전쟁’(Swords of Iron)이라 부르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명칭을 ‘부흥 전쟁’(War of Revival)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 하마스를 넘어 요르단강 서안지구, 레바논, 예멘, 시리아, 이란을 상대로 확전한 것을 강조하려는 표현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19일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을 공격했다며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에 포격과 공습도 가해, 휴전이 지속될 수 있을지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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