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와 유착 의혹을 받는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 ‘선교’ 명목으로 교단 자금을 회계 처리해 김건희 여사에게 6천만원대 목걸이 등을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17개 시·도당에 2억1천만원을 지원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간부들이 교단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자금 사용처를 거짓으로 속여 로비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이들을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 넘겨진 한 총재 등의 공소장을 19일 보면, 한 총재와 최측근인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2022년부터 2027년까지 “국민에게 하늘부모님의 가치와 비전을 교육해 신통일한국을 실현하겠다”는 등의 전략을 세우고,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를 이루기 위한 대선 후보를 물색하기로 결정했다. 2017년 11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행사에서 한 총재가 “하늘이 준비한 의인을 찾아 세우고”라고 한 발언을 근거로 대선·총선 등을 통해 정치권에 영향력을 끼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윤석열 정부를 향한 선거자금 지원까지 이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검팀은 통일교가 이를 위해 교단 자금을 빼돌렸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한 총재 등은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원하려고 국민의힘 광역시도당에 이른바 ‘쪼개기’ 후원금을 지급하기로 협의하고, 2022년 3월3∼4일 ‘선교지원비’ 명목으로 2억1000만원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또한 한 총재 등은 종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국내 정치인과 배우자, 또는 측근들에게 ‘선교특별지원’ 또는 ‘선교활동지원비’ 등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기로 공모하고, 실제 김 여사에게 2022년 4∼7월 802만원·1271만원 샤넬 가방과 6220만원 그라프 목걸이를 구매해 전달하며 교단 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 정치인들에 대한 정치적 지원도 ‘선교’ 명목으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총재 등은 2021~2022년 통일교의 국외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국외 정치인들의 선거비용을 ‘선교’ 명목으로 지원하기로 공모하고, 2022년 5월10일 한 아시아 국가의 정치인에게 선거비용이라며 10만달러(한화 1억2823만원)를 송금해 교단 자금을 횡령하고, 2022년 7월25일 한 아프리카 국가 정치인에겐 선거비용으로 50만 달러(한화 6억5923만원)를 보내 횡령한 혐의가 있다.
특검팀은 또 ‘정교유착’과 무관하게 한 총재 등이 교단 자금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한 정황도 파악했다.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은 통일교 산하 기관 자금 일부를 ‘선교지원비’ 명목으로 허위 회계 처리한 뒤 귀금속 구매 등 개인적인 용도로 1억1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실장과 재정 담당 간부가 한 총재가 사용할 5억3400만원 상당의 귀금속 등을 구매하며 통일교의 주요 행사와 관련한 비용 지출인 것처럼 증빙자료를 꾸며 제출한 혐의도 있다. 정 전 실장은 한 총재에게 상납한다며 신도들에게 헌금으로 받은 ‘천승기금’을 ‘해외 목회자’ 지원 명목으로 허위 회계처리한 14억2천만원을 개인적으로 횡령한 혐의도 포착됐다.
특검팀은 이와 더불어 한 총재 등이 2022년 1월5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넨 혐의와 2022년 10월3일 권 의원에게서 카지노 원정도박 관련한 수사 정보를 얻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한 총재 등의 첫 재판은 오는 27일 열린다.
이에 대해 통일교 쪽은 이날 “총재는 교단의 신앙적 비전과 영적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계시며, 재정과 행정 운영은 별도의 조직과 규정에 따라 이루어져 왔다”며 “내부 견제와 감시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한 가운데, 행정 책임자들의 독단적 결정과 실행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와 재판 절차를 존중하며, 법적 판단을 차분히 지켜보겠다”며 “신앙의 본질적 가치와 평화의 사명을 잃지 않고, 사회와 신도 여러분께 신뢰받는 공동체로 서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