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이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교체한다. 케빈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부차관보가 후임 대사대리로 부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 대사가 공석인 상황에서 임시로 대사 업무를 수행하는 대사대리의 후임으로 정식 대사가 아닌 또다른 대사대리가 부임하는 건 이례적인 조처로 평가된다.
18일(현지시각)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 두번째 임기 시작 열흘 전인 지난 1월10일 임명됐던 윤 대사대리가 9개월여간 임무를 마치고 오는 26일께 자리에서 물러난다. 윤 대사대리는 최근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후임은 국무부에서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케빈 김 동아태 부차관보로 알려졌다. 한국계인 김 부차관보는 빌 해거티 상원의원(공화당·테네시)의 보좌관을 지냈으며 트럼프 1기 정부 때인 2018~2020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실에서 근무했다. 그는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스티브 비건 전 대북정책특별대표 등과 함께 근무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미국의 대북 외교에 실무적으로 관여했다. 주한 미국대사관 부대사 제임스 알(R.) 헬러가 지난 7월 부임해 아직 한국 사정에 밝지 않은 점도 감안됐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주한 미국 대사관 정무공사를 지낸 헨리 해거드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윤 대사대리가 교체된다면 케빈 김이 후임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윤 대사대리에 대한 평가가 좋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특별하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한이 국빈방문으로 결정났기 때문에 ‘트럼프 사람’인 케빈 김으로 교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사대리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대사대리는 특정 국가에서 정식 대사가 임기 만료 등으로 공석인 상황에서 임시로 해당 국가의 외교 업무를 책임지는 고위급 외교관이다. 미국 대사는 적어도 수개월에서 길게는 일 년 이상 걸리는 연방 상원의 인준을 거쳐야 하지만, 대사대리는 바로 부임할 수 있다.
케빈 김 부차관보가 대사대리로 부임하면 한동안 이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1기 때도 미 정부는 주한대사를 계속 공석으로 두다가 취임 1년 6개월이 지난 2018년 7월 해리 해리스 전 대사를 보냈다. 지난 8일 기준 주요 20개국가 중 미국 대사가 정식으로 임명되지 않은 국가는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독일, 인도네시아,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 등 8곳이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