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5일간 100만엔(945만원), 해외 프로젝트로 연간 최대 5천만엔(4억7천만원) 고수익.”
18일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 한 일본어 계정에 이런 구인 공고가 올라와 있다. 이 글에는 “고소득 고액 구인 프로젝트 있으며 모집책도 모집하며, (구직자를) 소개하는 비용도 넉넉히 준다”는 안내와 함께 텔레그램으로 개인 메시지를 보내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다른 계정들에서도 “연령이나 성별을 따지지 않는 고액 프로젝트”, “시급 5천엔(4만8천원)도 꿈이 아니에요”, “월 100만엔 이상”, “완벽한 프라이버시와 안전 대책”, “다이렉트 메시지(DM) 기다리고 있습니다” 같은 일본어로 된 글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포통장 모집 조직에 연루돼 캄보디아에서 사망한 한국인 대학생 사건과 유사한 이런 불법 구인광고에 대해 일본에서도 공안 당국이 수년째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2022년께부터 일본인들은 캄보디아 범죄단지 관련 사건에 잇따라 연루돼 왔다. 지난 4월 일본 경찰청 조직범죄대책부가 낸 ‘2024년 조직범죄정세’ 보고서를 보면,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사기 조직에 의한 특수 사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며 “무직 남성들이 캄보디아에 사기 조직 거점을 두고 일본 내 고령자에게 전화를 걸어 ‘요양 시설 입소 관련 불법 행위를 했다'고 속여 돈을 뜯어내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보고서는 “지난 2023∼2024년 캄보디아에서 강제 퇴거됐거나, 필리핀으로 달아난 일본인 29명을 사기죄로 체포했다”고 기록했다.
지난 7일에는 일본 아이치현에서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둔 중국인 전화 사기조직 일당이 체포됐는데, 이들이 캄보디아 범죄단지의 하나인 포이펫 등에 일본인 29명을 조직원으로 관리했던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캄보디아 범죄단지 속 조직들은 2020년대 초 주로 베트남, 말레이시아 타이에서 ‘취업 유인’을 시도하다가, 이후 이후 한국을 비롯해 대만, 일본 등으로 범위를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외무성도 19일 현재 누리집에 ‘특수사기에 관한 주의환기 정보' 발령을 공지하고 있다. 외무성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특수사기 범죄 조직으로부터 ‘전화 금융사기’나 ‘수금 담당자’로 가담했던 일본인이 현지 경찰에 체포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관련 구인 정보에 함부로 지원해 뜻하지 않게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외무성은 “범죄조직은 ‘외국에 놀러오세요' ‘리조트에서 휴식하세요’ 등 표현으로 구직자들을 유인한 뒤 감금해 범죄를 강요하고 있다”며 “범죄조직들은 이들을 ‘일회용 조직원’으로 쓸 뿐, 체포돼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외무성은 지난 2022년부터 ‘취업알선을 사칭한 불법 행위나 노동강요를 위한 감금사건 주의 환기' 공지를 통해서도 “캄보디아에 좋은 일자리가 있다며 외국에서 근무 희망자를 모집한 뒤, 공항에 도착하면 여권이나 스마트폰 등을 뺏고 감금 상태로 불법 행위나 강제 노동을 시키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며 “소수이지만 일본인 피해도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업을 유인하는 방식도 ‘간단한 번역이나 사무 등 전문성이 낮고 부담이 적다', ‘항공료·체류비는 모두 고용주 부담’, ‘비자 등 사무 절차는 모두 고용주가 처리’, ‘고급 호텔 체류와 이동 수단 제공 약속’ 등 한국인 피해 사례와 흡사하다.
비슷한 피해에 주목했던 일본 언론들도 한국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아사히신문은 “한국 젊은이들이 ‘고소득 일자리’ 권유를 받고 캄보디아에 갔다가 사기 조직에 감금되는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며 “한국인 1천여명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고, 당국이 피해자 구출과 수사에 나서면서 한국 사회에 충격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