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두번째 대면 회담을 2주 안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 것이라고 밝혔다. 가자전쟁 종식을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관심을 쏟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푸틴 대통령과 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이 불명예스러운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 논의하기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며 “푸틴 대통령과 다음 주 고위급 자문단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정상회담이 “향후 2주 안에” 열릴 것이라고 확인했다.
미국 대표단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끈다. 자문단 회의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내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 및 그 외 여러 사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오늘 전화 통화로 큰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푸틴 회담에 우크라이나 쪽 인사가 초청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두 정상은 이날 약 2시간 30분 동안 통화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 보좌관은 러시아 국영 방송에 출연해 이날 통화가 러시아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번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공급은 평화 프로세스에 해를 끼치며 미-러 관계도 훼손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사거리가 약 2500㎞에 달해 우크라이나에서 발사할 경우 모스크바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우샤코프는 회담 장소로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제안한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었으며 푸틴 대통령이 즉각 동의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특사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긍정적이며 세계적으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게시물에서 그는 영국과 유럽연합의 “전쟁광들”이 “평화의 전망을 방해하기 위해 매우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그 주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러나 대화와 평화, 그리고 미-러 협력은 결국 승리할 것이다”라고 썼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토마호크 판매에 신중한 입장을 비쳤다. 그는 기자들에게 “그 무기(토마호크)는 우리에게 많지만, 우리에게도 꼭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를 위해선 (토마호크를) 고갈시킬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그 문제(토마호크 판매)와 관련해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도 덧붙였다.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이 토마호크 지원을 “어느 정도 결정했다”고 밝혔던 데서 입장을 튼 것이다. 전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역시 러시아가 평화 협상을 늦추면 “비용(대가)을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하는 등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에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태도를 바꾼 데 대한 우려도 감지된다. 앞서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은 광물 협정 서명을 위해 백악관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공개 면박을 주며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특히 그가 17일 정상회담 의제였던 무기 공급 등에 대해 푸틴 대통령과 먼저 의견을 나눈 게 우크라이나로선 달갑지 않다. 우크라이나 의원 볼로디미르 아리에우는 이날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트럼프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지 않다. 그의 변덕스런 입장은 그의 어떤 발언도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알래스카에서 첫 회담을 가졌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 회담은 약 3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레드카펫’으로 맞이해 미국 내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가자전쟁 종식 선언을 기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에 다시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그는 같은 날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연설에서 방청석의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를 향해 “우선 러시아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러시아에 집중하자”고 말한 바 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천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