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뇌사 외에 연명의료 중단 후 심정지로 사망(순환정지)한 경우에도 장기 기증을 할 수 있게 된다.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을 늘리기 위해 등록 기관은 현재의 2배 가까이 확충한다.
보건복지부는 16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제1차 장기 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2026∼2030년)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계획은 ‘순환 정지 후 장기기증’(DCD) 제도를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심정지 환자가 본인이 사전 동의한 경우, 심폐소생술을 별도로 시행하지 않고 5분간 기다려 전신의 혈액순환이 멈추면 장기를 적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이미 해외에서는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명의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분 가운데 장기기증에 동의한 분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심장이 완전히 멎은 걸 확인 후 진행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도입하기 위해선 장기이식법과 연명의료법 개정이 모두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데, 복지부는 이번 22대 국회에서 이를 활발히 논의하겠단 입장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수급 불균형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복지부는 판단한다. 현재 장기기증은 뇌사 추정자가 발생한 경우 가족이 기증에 동의하면, 뇌사 판정과 이식대상자 선정을 거쳐 해당 기증자의 장기를 적출, 이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처럼 뇌사자 기증에 의존하다보니 장기 수급에 한계가 존재한다. 실제로 가장 많이 이뤄지는 신장이식의 경우 평균 대기기간이 7년 9개월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신장 장기이식 대상자는 3만5707명인데 견줘 뇌사자 기증건수는 644건에 불과했다.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하루 평균 8.5명(2024년 기준)에 이른다.
복지부는 또 뼈, 연골, 근막, 피부 등 인체조직이 장기보다 수급불균형이 더 심각한 점을 고려해 국내 병원 인체조직은행 지원체계를 재정비한다고 밝혔다. 인체조직 이식은 주로 화상 환자, 유방암 수술 후 유방 재건 등 암치료 이후 조직 재건 환자, 폭발사고 환자 등에 대응할 때 이뤄지나 사망자나 뇌사자 가운데 인체조직 기증자는 연간 150명 안팎에 불과하다. 이때문에 현재 인체조직 기증의 80%이상은 해외 기증자에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국내 인체조직 공급 감소의 주원인은 운영난으로 인해 주요 병원 조직은행이 폐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수가 인상 등을 포함한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현재 민간 중심으로 이뤄지는 장기기증 희망등록과 홍보를 건강보험공단, 신분증 발급기관(주민센터, 도로교통공단 지사 등) 등 공공까지 대폭 확대해 접근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삶의 마지막에 장기 및 인체조직 기증이라는 숭고한 희생을 결심해 주신 기증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라면서 “국가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제도를 개선하고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