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물 1227개 ‘사적 이용’ 의혹
‘광복은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란 광복절 기념사로 논란을 빚은 데 이어 독립기념관 사유화 논란에 휩싸였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취임 1년 동안 독립기념관 홍보물 1200여개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기념관 사업을 알리기 위해 세금으로 제작되는 홍보물을 단기간에 대량 수령한 데다 사용처도 불분명해 사적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 관장은 지난해 8월8일 취임한 뒤 지난 8월7일까지 1년 동안 1227개의 홍보물을 기념관으로부터 수령했다. 액수로는 1330만원어치다. 독립기념관 홍보물은 대국민 홍보와 안내를 위한 공적 목적으로 제작된다.
독립기념관장이 이처럼 단기간에 많은 홍보물을 수령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독립기념관의 최근 5년간 홍보물 제작 예산 대비 기관장실 사용액 비율을 보면, △2021년 6.1% △2022년 3.0% △2023년 9.9% △2024년 3.8% 등 10% 미만을 유지해 왔는데, 김 관장의 경우 취임 1년간 사용액을 기준으로 그 비율이 30%에 달한다. 김 관장이 1년간 수령한 홍보물(1227개)은 전임 한시준 관장이 전체 임기(3년) 동안 수령한 홍보물(1305개)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김 관장의 홍보물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관장이 1년간 홍보물을 수령한 27회 가운데 14회가 공식 일정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주말 직전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올해 홍보물 수령일의 절반도 공식 일정이 없는 날이었다.
신 의원실은 김 관장이 홍보물을 사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김 관장이 독립기념관 행사와 무관한 일정을 앞두고 홍보물을 대량으로 수령한 정황도 확인됐다. 김 관장은 지난 2월 아산의 한 교회 예배 참석 직전에 홍보용 시계 200개, 150만원어치를, 지난해 11월 국가조찬기도회 사흘 전에 다기 세트 10개, 45만원어치를 수령했다.
또 지난해 추석을 이틀 앞두고는 개당 7만1100원에 달하는 인센스 홀더 10개를, 올해 설날을 사흘 앞두고는 손수건 100장을 수령했다. 이는 전임 관장이 3·1절, 광복절, 순국선열의날, 제헌절, 학생운동기념일, 현충일 등 국가기념일을 앞두고 홍보물을 수령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신 의원은 “김 관장은 1년 동안 기념관 홍보물만 천여개를 수령했다.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쓰였는지 불투명해 ‘사적 이용’ 의혹을 합리적으로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독립기념관 공간을 종교 행사·동문 모임에 활용했다는 논란에 이어, 이제는 기념관 재산을 ‘쌈짓돈’처럼 쓴 정황까지 드러났다. (한 번에) 수백개씩 가져간 물량의 사용처를 전면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관장 쪽은 “(홍보물은) 관장실 방문 내빈들께 상시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며 “외부 교회 등에는 제공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