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대한 돌파구는 가자 전쟁의 종식을 넘어서, 하느님의 도움으로 아름다운 중동 전체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이집트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정에 서명한 뒤 한 말이다. 그는 “이 지점에 오기까지 3000년이 걸렸다”라며 이 협정에 인류사적 의미까지 부여했지만, 곳곳에서 균열이 드러나며 평화가 정착될지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먼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가자 평화정상회의 참석에 튀르키예와 이라크 등 주변 국가들의 반발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에프페(AFP) 통신 보도를 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에서 만난 자리에서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3자 전화 통화를 했다. 그 직후 네타냐후 총리가 애초 불참할 예정이라고 밝혔던 이날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리는 가자 평화회의에 참석한다고 이집트 대통령이 밝혔다.
하지만 약 40분 뒤 네타냐후 총리실은 유대인 명절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 상황을 두고 모하메드 시아 수다니 이라크 총리의 측근인 알리 모사위는 아에프페에 “이라크 대표단은 네타냐후가 참석할 경우 정상회의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을 이집트 쪽에 통보했다”며 “다른 여러 대표단도 네타냐후가 참석하면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라고 말했다.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이집트로 가던 중 네타냐후의 참석 예정 소식을 듣고, 네타냐후가 불참하기로 방침을 바꿀 때까지 전용기가 홍해 상공을 선회 비행하도록 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많은 국가 정상들이 네타냐후와 함께 사진 찍히는 상황을 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이집트 대통령은 이를 알면서도 네타냐후 총리 참석을 강하게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꺼려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 정착을 위해선 주변 국가들의 중재와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이스라엘과 주변 국가들 사이에 건너기 힘든 강이 여전히 존재함을 이 해프닝이 드러낸 것이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가자 평화 정상회의에서 한 연설에서 현재 진행 중인 평화 프로세스가 “두 국가 해법을 이행하는 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일절 언급하지 않은 점도 양쪽의 시각차를 보여준다.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이스라엘 옆에 테러리스트 국가를 세우는 것’이라며 극력 반대해왔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가자 평화정상회의에서 미국, 이집트, 카타르, 튀르키예가 서명한 협정문에도 구체적으로 합의한 내용은 없다. 이날 공개된 협정문에는 “미래의 분쟁을 무력이나 장기적 충돌이 아닌 외교적 개입과 협상을 통해 해결할 것을 약속한다”와 같은 원론적인 선언만 있을 뿐이었다. 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회의나 협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도 근본적인 한계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인질 주검 인도가 지체되는 것도 불안 요소다. 하마스는 약속한 기한인 전날 정오까지 생존 인질 20명은 전원 석방했지만, 사망 인질의 주검은 28구 중 4구밖에 이스라엘에 인도하지 못했다. 시엔엔(CNN)과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정부도 10구 안팎의 시신이 수습되지 않을 수 있음을 수개월 전부터 인지해왔다고 보도했다. 향후 주검 전체가 수습되지 않은 것을 명분으로 휴전이 깨지거나 협상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이 매체들은 짚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전날 자신의 엑스에 주검 4구 인도를 두고 “하마스가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것”이라며 “지연이나 고의적인 회피는 협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간주되며, 그에 따른 조처가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