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창(68)씨는 2년 전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받고 꾸준히 필수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을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 이식 뒤에는 면역력이 사실상 신생아와 같은 상태가 되기 때문에 새로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다. 예방접종을 단 1회 남겨둔 최씨는 “한 번 받을 때마다 30만∼40만원씩 나가는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만 12살 이하에게 17종 예방접종 비용을 지원하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대상을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인해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환자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조혈모세포 이식 현황’을 보면, 최근 5년 (2020년∼2024년) 동안 매년 3000명이 넘는 환자들이 이식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환자는 3437명이다. 조혈모 세포 이식 환자는 B형 간염,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등 15종의 감염병 예방 백신을 1년간 22차례 가량 맞아야 한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주로 백혈병·재생불량성 빈혈 등 혈액질환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암 치료의 일환으로 이뤄진다.
이식 환자 중 국가지원을 받는 만 12살 이하 환자는 연간 800∼900명대에 그친다. 2천~3천명 정도의 환자가 자기 돈을 들여 필수예방접종을 받고 있는 셈이다. 김 의원은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 환자 중에서는 만성질환이 많이 생기는 50대와 건강이 취약해지는 60대 이상 어르신이 60∼70% 가량을 차지한다”며 “이미 이식 수술비로 천만원 이상 지출한 환자들이 생존을 위해 비급여로 청구되는 고가의 백신 가격까지 부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이식 수술만 해도 들어가는 비용이 꽤 되는데 이후에도 1년 가까이 예방접종으로 최대 수백만원 가량 추가 부담을 해야 하다 보니 (접종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이어 “(이식환자와 같은) 면역 저하자들이 접종을 안 하면 합병증 등 중증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라며 “지원 대상을 넓히는 건 국가예방접종사업의 취지에도 부합하고 궁극적으로는 폐렴, 대상포진 등 다른 병으로 투입하는 치료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어 비용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가 무료로 필수예방접종을 받기 위해선 질병관리청의 관련 고시와 관리 지침 개정과 함께 연간 50억원 안팎의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