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전후 80주년 개인 메시지 발표 “역사인식 역대 내각 입장 계승”

홍석재 기자
입력
수정 2025.10.10. 오후 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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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폭주 원인 검증에 대부분 할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0일 도쿄에서 전후 80주년 총리 개인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0일 일본 역대 내각의 담화를 계승하며, 전쟁 기간 일본 문민 통제 실패를 지적한 ‘전후 80주년’ 개인 명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전후 80년 소감’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소감문을 보면 이시바 총리는 서두에 “전후 50주년, 60주년, 70주년 총리 담화가 그동안 나왔다.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내각의 입장을 나도 계승한다”고 밝혔다. 일본 역대 총리들은 일본의 2차대전 패전 50주년이었던 1995년을 시작으로 10년 주기로 각의(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전후 담화를 발표해 일본 정부 공식 역사 인식을 나타내왔다.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발표한 전후 50주년 담화(무라야마 담화)에서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반성하고 사죄했고 10년 뒤인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도 이를 계승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2015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역대 담화를 계승하면서도 “후대 아이들에게 사죄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며 ‘더이상 사과하지 않는 일본’을 표명했다. 일본 보수파는 아베 담화로 충분하다며 이시바 총리에게 전후 80주년 담화를 내지 말라고 주장했고, 정권 기반이 취약했던 이시바 총리는 공식 담화가 아닌 개인 메시지를 낸 것에 그쳤다. 이시바 총리는 소감문에서 무라야마 담화 등을 계승한다고 했으나, 구체적으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 등 역사 인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소감문 발표와 함께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과거 일본이 중국에서 아시아에서 어떤 것을 했는지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들은 잊어도 그 지역 사람들은 잊고 있지 않다는 점을 잘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외국에서 ‘역사에 성실히 마주하고 있는 나라다’라고 인식받는 것이 일본의 국익에도 꼭 필요하다고 확신한다”고 발언했다.

이시바 총리 소감문 대부분은 일본이 왜 무모한 전쟁에 돌입하고 멈추지 못했는지를 검증하는 데 할애됐다. 그는 “과거 3번의 담화에는 왜 그 전쟁을 피하지 못했냐는 점에 대해서는 별달리 언급하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당시 일본의 헌법 및 제도상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어려웠고 언론도 전쟁 여론에 편승해 군부가 폭주했다는 내용을 역사적 사례를 들며 길게 언급했다.

이시바 총리는 ‘오늘날의 교훈’이라고 소제목을 붙인 소감문 마지막 부분에 “전쟁 당시 언론이 여론을 선동해 국민을 무모한 전쟁으로 이끌었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상업주의에 빠지지 말고, 배타적 민족주의·차별·배외주의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또한 “과거를 직시하는 용기와 성실함, 타자의 주장에 겸허히 귀를 기울이는 관용이야말로 진정한 리버럴리즘”이라며 “건전하고 강인한 민주주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적었다.

이시바 총리는 이달 중순 이후 열리는 국회 총리 선거 뒤 공식 퇴임할 예정이다.

홍석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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