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자민당 총재 취임 뒤 일본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이 막을 내렸다. 사반세기 넘게 지속됐던 자·공 연합이 끝남에 따라 일본 정치는 격랑에 휩쓸리게 됐다.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는 10일 오후 도쿄에서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와 회담을 해 1999년 이후 26년간 지속했던 연립을 끝낼 방침을 전달했다. 사이토 대표는 회담 뒤 기자들에게 “‘정치와 돈’(정치자금 문제) 대응은 공명당 정책 일번지다. 자·공 연립 정권은 일단 백지가 됐다. 지금까지의 관계에 매듭을 짓는다”고 말했다.
공명당은 극우 성향 다카이치가 새 총재로 당선된 지난 4일 이후 다카이치 체제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 왔다. 특히 다카이치 총재가 당선 뒤 자민당 간부 인사에서 간사장 대행으로 파벌 비자금 사건 연루 의원으로 당직 1년 정직 처분 전력이 있는 문제적 인물인 하기우다 고이치 전 정책조사회장을 임명하자 불만이 고조됐다.
또한, 지난 5일 밤 다카이치 총재가 극비리에 보수 성향 야당인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와 만난 것에 대해서도 공명당은 분노했다. 자민당 새 대표가 연립 여당인 공명당 대표와 연립 정책 합의도 맺기 전에 다른 야당 대표를 먼저 만났기 때문이다.
또한, 평화의 정당을 표방하는 공명당은 다카이치 새 총재의 극우파적 성향에도 우려가 있었다.
앞서 공명당 사이토 대표는 지난 7일 다카이치 총재와 만나 태평양전쟁 에이(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과거사 인식 문제, 배외주의에 대한 우려와 함께 자민당 파벌 비자금 개혁을 위한 기업·단체 정치자금 규제 등을 요구했다.
특히, 공명당 내부에서는 자민당이 비자금 등 정치자금 규제에 대해 충분한 개혁안을 내놓지 않으면 자민당과 연립을 끝낼 수도 있다고 요구하고 최종 방침 결정은 사이토 대표에게 일임했다.
사이토 대표는 10일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와 최종 담판에 나섰으나 만족할만한 답을 얻지 못하고, 연립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1999년 오부치 게이조 당시 총리 때 연립을 한 뒤 사반세기 넘게 연립을 유지해왔다. 자민당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민주당에 정권을 내주고 야당으로 지냈을 때도 두 정당은 연합을 유지했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국회의원 선거 때 연합 공천을 해 당선 확률을 높였다. 창가학회를 모태로 둔 공명당은 전체 지지율은 높지 않지만 조직표가 있어 자민당도 선거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다카이치 총재는 공명당과의 연립 유지에 실패함에 따라 초기부터 정치적으로 불안한 처지에 놓이게 있다.
당장 이달 열릴 것으로 보이는 국회 총리 선거에서 새 총리로 선출되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이 현재 소수 여당이기 때문에 야당이 연합하면 다카이치 총재가 새 총리에 당선되지 못할 수도 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공명당에 자신들과 정책 지향이 유사한 점이 있다며 접근하고 있다. 다만, 일본 야당들은 이념적으로 서로 다른 점이 많어 연합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정권 교체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카이치 총재가 보수 성향 야당과 연합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자민당이 지나치게 우파적 성향으로 향할 때 일정하게 제동을 걸어왔던 공명당의 부재로 인해 다카이치 자민당 체제가 더욱 보수화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공명당이 자민당과 공식적 연립은 해소하지만 개별 사안별로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
홍석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