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탑승 가자구호선단 나포…“우린 계속 나아갈 것”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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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08. 오후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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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220㎞ 떨어진 공해상서 나포
‘가자로 향하는 천개의 마들린호’ 선단에 참여해 항해 중인 해초 활동가. 제공 강정친구들, 개척자들

첫 한국인 참가자를 태운 가자구호선단이 이스라엘에 나포됐다.

‘자유함대연합’(FFC)은 8일(현지시각) 새벽 4시~5시께 가자지구로부터 220㎞ 떨어진 공해상에서 ‘가자로 향하는 천개의 마들린호’(천개의 마들린) 소속 선박 11척이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고 밝혔다. 선단에 참여한 무동력 세일링 보트 ‘알라 나자르’(Alaa Al Najjar)호도 새벽 5시40분께 나포됐고, 여기에 탑승한 한국인 해초(27·김아현)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 활동가도 체포됐다.

해초는 20년 가까이 진행된 가자지구 구호선단 운동에 참여한 첫 한국인이다. 알라 나자르호의 명칭은 지난 5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자녀 9명을 잃은 팔레스타인 의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8일 새벽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220㎞ 떨어진 공해상에서 천개의 마들린호 선단의 선버드호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돼 카메라가 파괴되기 직전 상황을 촬영한 폐회로텔레비전 영상. 자유함대연합 제공

천개의 마들린호 선단은 지난달 27일 구호 물품을 싣고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출항해, 항해 11일 만에 나포됐다. 현재 가자지구는 이스라엘 정부가 육로와 해로를 모두 봉쇄한 상태로, 구호선박이 접근하면 공해상에서도 나포를 감행하고 있다.

해초 활동가는 체포 직전 항해 일지에서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일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 배는 임무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가자지구가 아주 가까워졌다. 우리는 싸우는 수천 척의 배 중 하나다.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것이다”라고 썼다.

연대 단체인 강정친구들과 개척자들은 이날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이스라엘 대사관은 구금자를 즉시 면담하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며 “한국 정부와 국회는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과 인권 침해에 강력히 항의하라”고 요구했다.

해초 활동가가 탑승한 ‘알라 나자르’(Alaa Al Najjar)호. 사진 tulyppe

알라 나자르호에 탑승한 해초 활동가. 사진 tulyppe

이스라엘 정부가 해초 활동가에 가혹 행위를 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지난 2~3일 이스라엘군에 의해 나포된 스웨덴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 ‘글로벌수무드함대’ 활동가들이 구금 과정에서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로이터와 아에프페(AFP) 통신 보도를 보면, 4일 튀르키예 공항에서 미국인 활동가 윈필드 비버(43)는 “툰베리가 폭행당하고 억지로 이스라엘 국기를 걸치도록 강요당하는 것을 봤다”고 취재진에 말했다. 같은 장면을 목격한 말레이시아 활동가 하즈와니 헬미(28)도 구금자들이 깨끗한 음식이나 물을 제공받지 못하고 약품과 소지품도 압수당했다며 “끔찍했다. 그들은 우릴 동물처럼 다뤘다”고 덧붙였다.

선단 참여자들에게 법률 지원을 제공하는 이스라엘 법률단체 아달라(Adalah)는 일부 구금자들은 변호사 접견과 식음료 제공, 약품과 화장실 이용 등을 제한받았다고 밝혔다. 일부 참가자들이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라고 외친 뒤, 햇빛 아래서 최소 5시간 동안 손이 케이블 타이로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도록 강요받았다고 아달라는 전했다.

이스라엘은 아달라 쪽 주장을 모두 부인했지만, 구금시설을 담당하는 이스라엘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지난 5일 “테러를 지원하는 누구든 테러리스트며 테러리스트들에게 주어지는 환경과 동일한 것에 처해야 한다”며 가혹 행위를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국인 연행 소식에 외교부는 “ 주이스라엘대사관을 통해 우리 국민이 신속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석방될 수 있도록 이스라엘 당국에 지속 요청하는 한편, 필요한 영사조력도 적극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그간 “모니터링을 하면서 이스라엘 당국과도 지속 소통하며 이스라엘측 대응 과정에서 우리 국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유의해 줄 것을 당부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지난 6일까지 나포된 글로벌수무드함대 선박 42척에 탑승했던 활동가 478명 중 171명을 추방했다고 밝혔다. 연이은 나포와 구금에도 이스라엘의 해상 봉쇄를 뚫으려는 구호선단들의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천개의 마들린호는 오는 11월 다시 선단을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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