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물학자들, 3년간 물고기 소리 녹음 뒤 분석
물고기 77종 소리 특정…“생물다양성 연구에 도움”
“물고기 소리는 새소리만큼 정교하지도, 혹등고래 노래만큼 매혹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훨씬 더 다양합니다.”
소는 음메, 강아지는 멍멍, 오리는 꽥꽥거리는 소리를 낸다. 물고기는 어떨까. 육상동물의 울음소리는 잘 알려졌지만, 그동안 수중동물 특히 물고기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는 밝혀진 것이 많이 없었다.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물고기 음향 아카이브 구축에 참여한 해양생물학자들은 물고기가 예상보다 더 다양한 소리를 내며, 물고기 음향을 분석하면 해양생태계 보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를 내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1일 미국 코넬대 해양생물학자 애런 라이스와 비영리단체 ‘피쉬 아이 공동연구회’(Fish Eye Collaborative)가 하와이 빅아일랜드와 카리브해 쿠라사오 연안에서 3년간 물고기의 소리를 녹음한 결과, 하와이 31종·쿠라사오 46종의 물고기 음향을 분석해냈다고 보도했다.
이들 연구 이전에 과학자들은 물고기가 ‘쿵쿵’ ‘뿡뿡’ ‘꿀럭’ ‘꽥꽥’ 등의 잡다한 소리를 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물고기는 기관지가 없음에도 불분명하고 끽끽거리는 소리를 낸다”고 기록한 바 있고, 냉전 시기 미 해군 생물학자들은 적의 잠수함과 물고기의 소리를 구분하기 위해 이들이 내는 음향을 목록화한 적이 있다고 한다.
물고기 음향이 제대로 연구되지 않은 것은 육상동물과 달리 물고기들은 대체로 은밀하고 조용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중에서는 소리의 방향을 파악하기가 훨씬 어렵다. 마크 단츠커 ‘피쉬 아이 공동연구회’ 수석 과학고문은 “산호초에 있어도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고, 설령 들린다고 하더라도 어디서 나는지 알기 어렵다”고 워싱턴포스트에 설명했다.
단츠커와 라이스는 물고기들이 내는 소리를 분석하기 위해 하와이 빅아일랜드와 카리브해 쿠라사오 연안에 360도 카메라와 4개의 마이크를 설치해 3년간 소리를 녹음했다. 장비는 무인 상태로 설치해 물고기들의 생태를 최대한 방해하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총 77종(하와이 31종·쿠라사오 46종) 물고기의 울음소리를 구별해냈다. 쿠라사오의 물고기 음향 분석 결과는 국제학술지 ‘생태학과 진화방법론’에 실렸다.
이번 연구에서는 물고기들이 공기가 없는 수중에서 소음을 만드는 법 또한 드러났다. 하와이의 트리거피쉬는 가슴지느러미로 특수한 비늘과 막을 때리는 행동을 보였고, 카리브해의 글래스아이 스내퍼는 부력을 조절하는 부레를 흔들어 밤마다 ‘딸깍딸깍’ 소리를 냈다. 블랙바 솔져피쉬는 머리에서 갈비뼈가지 이어진 특수 근육을 떨게 해 부레를 울렸다. 물고기들이 소리를 내는 이유는 육상동물과 비슷하게 짝을 찾고, 영역을 지키고,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연구진은 물고기 음향 아카이브가 수중 생물다양성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이들은 ”특정 종의 소리를 식별할 수 있다면 생물다양성 지표, 지시종·침입종 감지, 개체 수 추정 등을 파악할 수 있다”면서 “기존에는 모니터링이 어렵거나 불가능했던 영역을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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