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을 앓는 ㄱ씨는 지난해 의-정 갈등으로 혈액투석관 교체 수술이 미뤄졌다. 수술 지연으로 불안했던 그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피해신고지원센터)에 피해 신고를 했다. 이후 복지부는 신고 내용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했다. 지자체는 병원에 ‘친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공문을 보내는 것으로 ㄱ씨의 신고 처리를 종결했다. 정부는 환자나 병원의 상태를 살펴, 수술을 당길 수 있는지 등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의대 2천명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는 등 의-정 갈등이 지속되는 동안 환자들은 수술·입원 지연 등 큰 피해를 받았지만, 정부의 대처는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마련한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고를 했지만, 문제 해결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2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2월19일부터 올해 8월31일까지 복지부가 운영한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 중 수술·입원 지연, 진료 거절 등이 941건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없어 상태가 악화되거나 생명에 지장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복지부와 지자체가 개입해 진료 예약 등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20건(2.1%)에 그쳤다. 가장 많은 578건(61.4%)은 의료기관에 공문 발송·민원 전달이나 행정·의료적 조처 없이 종결되는 등 사실상 아무런 조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가 스스로 해결했거나 병원이 자체적으로 조처한 ‘자체 해결’은 88건(9.4%)이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의-정 갈등 당시 환자들은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수술 지연 등 신고를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정부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신 환자단체 쪽으로 피해 신고를 해오는 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수도권의 경우 신고가 몰려 적극적 대처가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의-정 갈등이 심했을 때 수도권 지역에 신고가 몰리다 보니 (현장 조사 등을 하기보다는) 해당 병원 쪽에 공문을 보낸 경우도 있었다”며 “공문을 보낸 이후 (수술 지연이나 진료 거부 등 피해에 대한) 후속 진행 상황 점검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윤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의료 정책으로 의료 공백이 발생한 뒤, 피해를 줄이기 위해 피해신고지원센터를 만들었지만 운영은 무성의했다”며 “복지부는 사실상 ‘콜센터’로 전락해 형식적 처리에만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피해 구제는커녕 환자들이 도와달라고 신고를 했는데도 외면당하는 2차 피해까지 발생한 것”이라며 “피해 신고를 전수 조사해 해결되지 못한 건은 지금이라도 즉시 조처를 취해야 한다. 피해 환자가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